공약 제대로 읽기│① 깜깜이 공약·재원

지역공약·재원 '아직 검토 중' … 거대양당 "증세는 없다"

2022-02-17 11:35:08 게재

"나눠먹기식 지역공약, 미래에 도움 안돼"

한국매니페스토본부 "철저히 검증해야"

지출 구조조정 주력, 표 떨어지는 증세 외면

각 후보들은 지역공약에 대한 재원 규모와 재원마련 계획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공약은 대규모 사업들이 포함돼 있어 검증이 필요하지만 각 후보 캠프에서는 '취합 중'이라거나 '추계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거대양당에서는 '증세'계획을 공란으로 제시했다.

17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주요 대선후보에게 공개 전달한 질의서에 대한 답변이 이달 12일까지 회신됐다. 질의서 안에는 총 공약과 공약 가계부(대차대조표), 17개 시도 지역 공약 수용 여부 등 4개 항목, 33개 질문이 들어가 있었다. 각 캠프에서는 공약가계부 내용 중 지역공약에 대해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했다. 공약의 전체 숫자도 미확정이라고 했으며 필요재원은 추정치도 제시하지 못했다.

명동 찾은 김동연 후보│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명동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새로운물결 제공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만적인 지역공약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강조하면서 "지역이해에만 기반한 나눠먹기식 지역공약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이 특성에 맞게 발전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으로 연결돼야 하며,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예산안 편성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재정 소요와 추진전략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후보들은 국가의 비전과 공간구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 등 절차생략을 요구하거나 기한 및 재원 마련방안 없이 개발 공약을 선물 보따리 풀어놓듯이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재원 마련 계획도 미진했다.

국정공약 재원확보방안에는 '증세'가 없었다. 앞으로 추가로 내놓을 공약에 필요한 재원까지 합하면 각 캠프마다 국정공약 재원소요규모가 300조원 안팎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6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캠프에서는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증세'에는 손을 대지 않으면서 지출구조조정, 세출 증가분 등에 의지하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재원소요 추계도 부실하게 내놓은 이 후보는 재원마련 계획 역시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유사 사업 통폐합, 종료시업 정리, 실효성 떨어진 사업 정비 등 세출예산절감과 불요불급 조세지출 조정, 탈루세원 확보, 세외수입 개선, 탄소배당 등 추가 세입 증가를 활용하겠다는 두루뭉술한 계획만 내놓았다.

윤 후보는 세출구조조정(150조원)과 추가세입(116조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매년 재량지출의 10%인 30조원을 줄이고 매년 4.5%의 자연세입증가분을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안 후보는 연금개혁·재량지출 조정과 함께 국세 비과세 감면 정비, 세정 투명화 등으로 추가세입을 늘리겠다고 했다.

한국매니페스토본부는 "대선공약집 제시는 자신의 대선 공약이 몇 개이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를 유권자에게 정확히 밝히고 평가받는, 준비된 후보가 누구인지를 검증하는 첫발"이라며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소요와 조달 방안을 공약가계부(대차대조표)로 제시해야 심도 있는 후보자 토론이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포퓰리즘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재정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일 양자 토론에 나선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공약이 650개나 되는데 다 하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계산해봤냐"며 "제가 기획재정부 차관(2012년)일 때 양당이 복지 공약을 총선 앞두고 냈다. 그 당시 양당에서 100조원이 든다고 했는데 면밀히 검토했더니 3~5배가 나왔다"고 했다. 당시 김 후보는 "제기된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위한 재정소요 추계규모를 기준으로 할 경우 재원조달을 감안하더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복지공약의 전면이행을 위해서는 추가증세 또는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이는 조세와 미래세대 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각 캠프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면밀한 공약설계와 재원마련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후보가 "많은 후보들의 공약이 과연 얼마나 실천 가능할지는 면밀히 봐야 할 것"이라고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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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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