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필터, 생분해 대체재로 바꿔야"
30여개 시민단체 "버려지는 담배꽁초 … 하루에 0.7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담배꽁초는 무단 투기 1위 쓰레기이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폐기물입니다. 매일같이 하루 최대 0.7톤의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이 국내 바다에 유입되고 있고, 이는 해양생물을 통해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옵니다."
시민들이 길에 던져지는 담배꽁초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9년 환경단체들의 지적을 시작으로 담배꽁초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줄지 않고 있은 데다 플라스틱 담배필터의 대체재를 만들라는 요구에 담배회사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18일 쓰줍인(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시가랩, 해양환경보호단 레디,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 30여 곳이 모인 '담배꽁초어택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단투기 되는 담배꽁초의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시민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길거리에 무단투기된 담배꽁초를 줍고, 그렇게 주운 담배꽁초를 손편지와 함께 KT&G와 정부에게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우리 시민들은 오늘 담배꽁초를 주워도 내일이 되면 다시 또 수북이 쌓이는 담배꽁초를 보게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미온적인 대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정부도 비판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환경부는 담배 회사에서 걷는 폐기물 부담금을 무단 투기되는 담배꽁초 수거 및 처리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담배 가격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담배세를 금연을 위해 사용한다고 했지만 실제 담배세 중 4%만 금연 사업에 사용했고 2020년에는 이마저도 3.5%로 줄였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9월 환경부는 강북구·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근본적으로 '담배꽁초 투기 방지'에 대한 대책 없이 '회수·재활용 체계'만을 갖춘다는 것은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배필터를 생분해되면서도 독성 없는 대체재로 생산하거나 하다못해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등을 설치하는 등 담배꽁초 투기 관련 대책이 제안됐는데도 단순히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모아 재활용하겠다는 표면적인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2020년 공개된 환경부의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길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1246만6968개비로 추정됐다. 이 중 하수구나 빗물받이를 타고 바다로 유입되는 양은 하루에 적게는 45만5233개비에서 최대 231만7352개비로 추정됐다. 이는 연간으로 따지면 1억6000~8억4000여개비에 달한다.
시민모임은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하루 평균 1247만 개비에 달하는데 이 중 최대 18%가 바다로 유입된다"면서 "바다로 유입된 담배꽁초는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어류나 조개류 등 해양생물을 거쳐 결국은 사람에게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배 필터에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환경부 용역보고서는 "담배꽁초 해양 유입량이 전량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면 하루 약 0.14~0.7톤의 미세플라스틱이 국내 인근 바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부 보고서를 공개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정부는 담배꽁초 관련해 부담금만 걷고 사업자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해양 투기에 대한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수거·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환경부는 담배꽁초 처리를 위해 거둬들인 폐기물 부담금은 담배꽁초 수거에 사용하지 않고, 담배꽁초 수거에 대한 부담은 지방정부에 맡기고 있다"면서 "결국 답답한 시민들만 밖에 나가 손수 담배꽁초를 주워 모으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시민모임은 기자회견 후 KT&G 본사로 행진해 담배꽁초 코스튬을 입고 담배꽁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