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연금개혁" 외치더니 '어떻게'는 입 다물어

2022-02-24 11:52:31 게재

"기초연금 증액" 공약

고통분담 개혁 '외면'

거대양당이 모두 연금개혁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방향은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이 많고 연금개혁 자체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에 선거 시즌에는 내놓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양이 목에 먼저 방울을 달지는 않겠다'는 거대양당 후보들의 눈치작전으로 읽힌다. 다만 연금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4일 여당 핵심관계자는 "연금개혁에는 이해 당사자들이 많은 데다 개혁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고 혜택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환영받기 어렵다"면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를 따져봤으나 선거 국면에서는 내놓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연금개혁은 수령액을 늘리면서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2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출생률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연금 고갈시점도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54년을 고갈시점으로 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국회에는 '연금이 고갈되면 국가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는 법안이 제출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역시 통합해야 하는데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어 공약으로 낼 수는 없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연금 고갈 문제를 포함해 불평등과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기 때문에 통일안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연금개혁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는 거라 대선 기간에 짧게 어떤 방향을 만들어서 공약으로 발표하기엔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초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과 연계돼 있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공약은 구체적으로 제시해 놨다. 이 후보는 "현재 소득 하위 70%인 기초연금 대상을 더 많은 어르신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을 공제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부부 동시수급에 따른 감액규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또 소득이 있는 경우 기초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현행법을 손대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놓았다. 윤 후보도 '중산층·서민·저소득층 어르신 660만명 대상 기초연금 월 10만원 인상' 공약을 통해 "기초연금 1인당 월 최대 10만원, 부부 기준 월 16만원을 증액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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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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