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검찰 보완수사권 '있으나마나'
"공범, 심지어 진범 발견돼도 수사 못해"
"빠른 보완수사, 피해자와 피의자 보호"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있으나마나한 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송치사건의 경우에도 동일한 범죄사실(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만 보완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사와 변호'의 저자인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26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는 좋을 수 있지만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검수완박 중재안은 검찰의 모든 수사권을 삭제한 원안과는 달리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규정했다. 그런데 검찰송치사건, 검찰 시정조치 요구사건,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에 대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해 수사의 한계를 설정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방어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신속하게 실체진실 규명을 막는 악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임재웅 고양지청 검사는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례를 들어가며 검찰 보완수사권 규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강간범 A는 경찰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 A는 범행 동영상을 촬영해 놓고 친구들에게 유포 중이다. 심지어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있다. 피해자는 검사에게 "신속히 불법촬영과 협박을 수사하고 휴대전화와 동영상 파일을 압수해 달라"며 추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중재안에 따르면 이 경우 검사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임 검사 설명. 임 검사는 "이 사건은 강간사건이고 지금 말씀하시는 피해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사건과 그를 이용한 협박사건이므로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이 없어 수사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내놓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가 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협박사건에 대해 별도로 경찰에 고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수사에 통상 수개월 이상이 걸리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커 추가 범행 피해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
김예원 변호사는 25일 "다른 공범이 발견돼도, 다른 추가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심지어 진범이 발견돼도 검찰은 그거 수사 못합니다"라며 중재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천 변호사는 "(중재안이) 일단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기로 했으면 확실히 주는 게 맞다"며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면 경찰의 일을 줄여 수사 답보 상태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된 보완수사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빠른 보완수사를 통해 장기간 불안한 지위에 있는 피의자를 보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원 B가 시장 C에게 4월 26일에 뇌물 3000만원을 건네고 한달 후 C에게 1억원을 다시 건넸는데 경찰이 3000만원 부분만 송치했다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검찰은 1억원에 대한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며 "보완수사권을 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성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는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보완수사를 제한해 형사법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며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사안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기회를 합리적 이유 없이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가 수사를 하면서 여죄나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금지되고 있는 '별건 수사'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권방문 부산서부지청 검사는 "진짜 문제는 별건수사 모두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라며 "부당·위법한 별건 문제고 적당·적법한 별건 수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배후범죄에 대해 보완수사요구를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송치했는데 이것저것 보완하라고 하면 제대로 된 보완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