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만 가는 쓰레기 난제
소각장 신설 발등의 불, 어려워도 주민 소통이 답
6.1지방선거 앞두고 수도권매립지 '진흙탕 싸움' … 덴마크는 소각장 위에 스키장 선보여, 발상의 전환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시설 확충 등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매립지든 소각장이든 좀처럼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 인천 경기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약 30년간 묻어왔다. 면적 1685만3684㎡ 규모로 총 4개 매립장이 있다. 1매립장과 2매립장은 각각 2000년, 2018년 매립이 끝났다. 최근 쟁점이 되는 곳은 3-1매립장(103만㎡)이다. '3-1매립장을 포화될 때까지 사용해야 한다'(서울·경기) '2025년 사용 종료한다'(인천) 등 좀처럼 대립각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6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국민의힘)는방송 토론회에서 "2015년 합의대로 매립지가 포화될 때까지 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에 뿌리를 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상생방안을 찾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인천시장 후보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매립 종료' 입장이다.
◆주민 반대 없어도 설계 등에만 4~5년 = 24일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인천시 선거가 끝난 뒤에나 다시 논의를 할 수 있지 않겠냐"며 "협상 상대가 정해져야 거기에 맞춰 또 다른 얘기가 진척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립지 문제뿐만 아니라 소각장 증설이 시급하다"며 "1개 신규 시설을 만들려고 하는데도 매립지 부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지만 결론을 내야 할 단계에 왔다"고 덧붙였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2026년부터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직매립할 수 없게 된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은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재활용을 하거나 소각한 뒤 남은 협잡물이나 잔재물(가연성 제외)만 묻을 수 있다. 단, 수도권의 경우 소각시설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경우라면 환경부 장관이 1년 범위 내에서 시행을 유예할 수는 있다.
가장 급한 건 아무래도 서울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진 폐기물양은 116만6076톤이다. 2019년 115만1940톤, 2018년 110만7045톤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소각과 매립의 비중은 7:3이다.
우리나라는 폐기물을 소각 매립 재활용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처리한다. 재활용 이 우선이다. 재활용이 어려울 경우 가연성·불연성을 기준으로 가연성 폐기물은 소각, 불연성 폐기물은 매립으로 해결한다.
예정대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서울시는 소각장이 추가로 필요하다. 서울에는 강남 노원 마포 양천 등지에 자원회수시설(광역소각장) 4곳이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 시설은 연간 85만5000톤(2020년)을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연간 처리량은 지난해 69만5811톤, 2020년 70만2943톤이다. 이들 시설은 노후화 등으로 설계상 처리용량을 다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을뿐더러 직매립이 막히면 일정부분 소각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30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의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소규모 소각시설 환경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노원 양천 강남 등지의 소각시설들은 노후화 시설에 해당되며 서울시 전체 소각시설 용량의 72.5%를 담당해 소각시설 신설 또는 증설이 시급했다.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설치·운영지침 해설서 개정본'에 따르면 소각시설의 사용연한은 약 15년 정도(소각설비 10~20년)로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국내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운영 현황에 따르면 약 20년 전후로 본다. 소각시설 도입이 오래된 유럽 및 일본의 경우 30년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24일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소각시설들이 오래되긴 했지만 아직 크게 운영상 문제는 없다"며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신규 소각장 부지 선정"이라고 설명했다.
광역소각장 선정은 입지타당성 조사를 바탕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지를 추린 뒤 시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2월 용역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통상 소각장 건립에는 주민 반대가 없어도 설계나 설치에만 4~5년이 걸린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기한을 고려하면 촉박한 상황이다.
26일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다이옥신 등 각종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각시설 관련 기술은 이미 진일보했다"며 "일본의 경우 도심 청사 앞에 소각시설이 있는 지역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소각시설 문제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지역 주민과의 공감대를 얼마만큼 형성하는 게 관건"이라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획수립과정에 주민참여위 등 실질적인 소통 강화해야" = 29일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먼저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며 "주민들이 함께하는 입지 공모제와 계획수립과정에 주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는 기피시설과 선호시설을 패키지로 제안하는 등 이들 세 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덴마크의 경우 쓰레기 소각장 위에 스키장을 설립해 화제가 됐다. 덴마크는 가장 높은 산이 해발 150m에 불과할 정도로 땅 전체가 평지에 가깝고 눈도 많이 오지 않는다.
때문에 2019년 코펜하겐시가 쓰레기 소각장과 레저시설을 결합한 '코펜힐'(Copenhill)을 선보였을 때 신선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코펜힐의 슬로프 바닥은 눈과 질감이 비슷한 재질로 만들었다. 인공 눈을 뿌리지 않아도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게 했다. 슬로프 한편에 다양한 식물을 심은 걷기 길도 있다. 소각장 외벽은 인공암벽등반장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