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건설산업│② 건설업계 대응과 과제

건축주·설계자 등 제로에너지 건축 인식부족

2022-06-28 10:42:30 게재

건설자재 생산과정서 탄소배출 약 1/3 …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센티브 확대해야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국가나 사회구성원은 물론, 모든 산업활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은 기업 평가에서도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탄소중립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건설산업이 탄소발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탄소중립 정책흐름과 건설업계 대응 등에 대해 두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국내 건설업계가 탄소중립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아직 미미하다. 특히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 내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는 에너지를 합산한 총 에너지량이 최종적으로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을 말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탄소중립에서 건설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건축 및 건설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광의의 건설산업(건설자재 생산 포함)과 건물 운영부문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의 47%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매킨지 앤 컴퍼니는 보고서를 통해 건설 생애주기별 탄소배출 비중을 볼 때 건설자재(시멘트 철강재 등) 생산과정(약 28%)과 준공 후 건설생산물 운영단계(약 69%)에서 대부분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공 등 나머지 과정에서의 탄소배출 비중은 3.06%에 불과하다.

건설업계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자재와 준공 후 운영 측면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친환경 기술 없으면 도태" =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올해 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 건설산업의 도전과 과제' 보고서에서 "외부환경 요구뿐 아니라, 건설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탄소배출이 적은 건설자재 사용 등 탈탄소화 전략을 수립, 이행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세부적으로 '건물'과 '인프라'를 구분해 총생애주기 탄소배출을 비교하면 건물이 인프라에 비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인프라의 총생애주기 탄소배출은 1.36기가CO2eq톤인데 반해, 건물은 12.35기가톤에 달한다. 건물이 운영단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탄소중립 기본 지침서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건물 분야를 주목했다. 2018년 5210만톤인 건물분야 탄소배출량을 2050년에는 620만톤으로 88.1% 줄인다는 목표다.

2050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신축 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1등급(에너지 자립률 100%)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 2023년부터는 공공건물(500㎡ 이상), 2025년에는 민간건물(1000㎡ 이상, 30세대 이상 공동주택)까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 시행이 확대·적용된다.

이 때문에 2050 시나리오는 건설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상당한 도전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김기홍 맥킨지 서울사무소 부파트너는 5월 열린 토론회에서 "국내 건설업계가 탈탄소화 등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건설과정 중엔 탄소배출이 적은 건설자재 사용이, 준공 후 운영단계에서 탄소 배출이 적은 건설상품(제로에너지 건축물 등) 시공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건설자재와 공법별 탄소배출 구조 및 핵심 관리요소에 대한 이해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건설기업의 핵심 경쟁우위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인프라 시설과 달리 건축물의 경우 생애주기별 탄소배출 비중이 운영단계에서 75%를 웃돌기 때문에 운영 탄소 저감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는 단기간 내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할 경쟁력 분야로 꼽힌다.

◆대형건설사 잰걸음, 시장은 "글쎄" = 현재 건설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산화탄소포집·액화·활용 기술(CCU) 분야 국책과제 주관 연구개발 기관으로 선정됐다. 일일 1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는 공정을 개발하게 된다. 평택수소특화지구에서 현장실증을 거친 후 연간 100만톤급 상용화 공정설계 이행을 통해 기술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수자원공사와 함께 파키스탄에 건설한 수력발전소의 2017~2019년 발전량을 탄소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대우건설은 41만8000톤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했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2024년 운영목표로 올해 충남 서해그린환경 폐기물 처리사업장에 연간 6만톤 규모의 탄소 포집설비 설계 및 건설에 참여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2040 넷제로를 선언하고 사내 ESG위원회를 구성, 활동에 들어갔다. 건설현장 가설 사무실에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탄소중립 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신축·기축 건축물 등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총 탄소배출량의 24.7% 달하는 건축물의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2025년부터는 민간·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가 적용된다.

2017년 제로에너지 건물 인증제 시행 이후 2020년부터 공공건축물에 대한 인증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주·설계자·시공자의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건산연은 4월 '국내 제로에너지 건축물 정책의 진단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예비인증만 92.1%에 이르고, 인증 등급에서는 전체 5등급 중 가장 낮은 5등급이 전체의 67.5%에 달하고, 4등급 이하까지 확대하면 88.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분산 지원프로그램 통합운영 필요 =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도는 건축물에너지효율 등급 인증제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로 분리돼 있다. 인증 의무화 대상이 민간 건축물로 확대되는 2025년부터는 인증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복 업무처리와 불필요한 인증절차 간소화 등 제도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조성을 위해 비거주 건축물의 경우 대략 30~40% 이상 추가 공사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엔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가 증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경험 25년의 한 건축사는 "설계비를 제외하고도 등급에 따라 추가 시공비만 50% 넘게 들어간다"며 "인센티브가 미비한 상태에서 어떤 건축주가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의뢰하겠냐"고 반문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투자비가 많이 투입되는 반면 비용회수는 장기간 소요돼 현행 건축기준 완화 등의 인센티브만으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센티브를 등급별로 차등 지원하고, 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또 제로에너지 건축비용을 낮추기 위한 관련 산업 기술개발을 장려할 지원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언적 2050 탄소중립이 아니라 구제적인 로드맵 제시와 실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영덕 건산연 상임연구위원은 "에너지관리공단, 지자체, 인증기관 등으로 분산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기술·행정적 지원과 모니터링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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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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