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회
29주년 창간기획에 전문가·독자 참여 적어 아쉬워
'저출산고령화, 산업이 바뀐다' 기업 대규모 조사 데이터 유용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노인' 정의 미정립
카카오 사태 등 다룰 때 '기술적 개념' 엄밀해야
인권감수성 결여된 용어 사용 주의하길 … 가이드라인 필요
조문외교·비속어 파문 등 보도에 정확한 비평 없어
정세용 = 창간 29주년 기획기사 열심히 읽었다. 창간기념호는 신문의 총체적 역량을 보여주는데 내일신문 창간 후 29년간의 성과가 집약된 것 같아서 기쁜 반면에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획마다 간단한 인터뷰를 곁들이거나 청년 정치인 좌담도 있었지만 주로 기자들이 쓴 기사 위주여서 아쉬웠다. 신문사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필진들, 독자들을 지면에 등장시켰다면 어땠을까. 내년이 창간 30주년인데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서 30년간 응축된 내일신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창간기획을 기대한다.
임성진 = 창간 29주년 기획기사 준비하느라 고생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위원장님 말씀대로 전문가 의견 반영 등에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내일신문의 장점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경제 기획에선 한계기업, 취약기업을 다룬 것이 의미가 있었고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에너지·산업 구조 개혁이나 탄소중립을 통한 성장, 기후대응 쪽으로 잡은 것은 좋았다. 정치면에서 청년 정치인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도 눈에 띄었다. 정치개혁이 한국사회에서 큰 화두인데 젊은 목소리를 좀 더 반영했으면 한다. 대구와 광주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서 정치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기사는 여야에 주는 메시지가 있었으리라 본다.
'저출산고령화, 산업이 바뀐다' 기획에서는 저출산고령화가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가져올까를 경제적 측면과 연결했기 때문에 좋은 접근이었다고 본다. 특히 기업 상대로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해줘서 데이터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창간기획 이외에 눈여겨 본 기사는 중소벤처기업 소개 시리즈다. 5일자에 대구택시협동조합이 소개됐더라. 새로운 대전환을 맞고 있는데 공정한 전환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고려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일신문이 이런 기획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한다.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먼저 독자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독자들이 서평에 참여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면배치에서 오피니언 지면을 분산시켜서 중간 중간에 넣으면 어떻겠는지도 제안 드리고 싶다.
브라질 대선이 월말에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미국이나 유럽에 대해선 민감해도 남미 쪽에는 약하다. 외신기사를 가져와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루는 지면이 있는데 브라질대선 기사 다루기를 제안 드린다.
현문학 = 지금의 경제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돈을 왕창 풀었다가 그 돈을 아직 수습하지 못해서 생긴 거다. 풀어놓은 돈을 다 쓸어담지 못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강달러가 되고, 이게 다 각국의 경기침체를 몰고 왔다. 지면에서 마치 우리나라는 경기침체와 관련 없는 나라인 것처럼 쓰는 느낌이 있는데 신문은 위기가 온 다음에 쓰면 아무 소용 없다. 그런 관점에서 경제 기사를 다뤄줬으면 한다.
창간기획 중 고령화 관련 기획에서 아쉬운 부분을 짚자면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 초고령 사회 등 용어 정리를 좀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소위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7%면 고령화 사회, 14% 넘어가면 고령사회, 20% 넘어가면 초고령사회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세미나에서 한번 한 이야기를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열심히 따라주는 나라가 없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법적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자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미 독일, 영국 등도 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내일신문이 방향을 잡아보면 어떨지 제안 드린다.
환율 상황이 심상치 않다. '킹달러'를 방어하는 것을 역환율 전쟁이라고 하는데 외환보유고 털어서 환율방어하는 게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얼마 전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관련 기획기사가 있었는데 오히려 이게 더 중요하다. 지수에 편입되면 50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오게 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보도를 해줘야 한다.
카카오 화재 사건에 대해 내일신문도 지면을 털어서 세세히 보도를 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카카오라는 곳이 과연 플랫폼 기업으로 자격이 있는 건지다. 플랫폼 만들어서 많은 분야를 독식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앙금이 있다. 이번 사건을 플랫폼 사업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SPC그룹 계열사 공장에서 일어난 인명 사고도 말씀드리면, 내일신문이 그동안 중대재해법 관련 기사를 많이 실은 데 대해 칭찬을 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 사고에 대해 별다른 보도가 없었다. SPC 사고도 카카오 화재에 버금가게 많이 써야 한다.
이해성 = 19일자 1면 기사 '네이버 카카오도 KT처럼 데이터 이중화' 기사 제목을 보고 놀랐다. 자칫하면 네이버, 카카오가 데이터 이중화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제목이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데이터 백업은 모두 잘 하고 있다. 카카오도 백업을 해왔으니까 복구가 된 것이다.
기사 내용에 더 부합하는 개념은 '심리스(seamless·중단없는) 서비스'일 것 같다. 서버를 이중화해 몇 대를 동시에 돌려서 하나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서비스를 받는 고객 입장에선 별 이상이 없도록 한다는 거다. 다만 서버를 이중화하더라도 같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내에서 이중화하면 이번처럼 IDC에 불이 났을 경우 아무 의미가 없다. 완벽하게 하려면 완전히 다른 지역, 즉 서울 부산 제주 해외까지 분산돼 있으면 완벽하다. 그래서 구글이나 아마존 서비스가 막강한 것은 전 세계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당히 복잡한 개념일 수 있는데 기사 내에서는 여러 개념이 혼재돼 있었다. 기사를 쓸 때 용어를 기술적 관점에서 엄밀하게 썼으면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해당 기사의 제목은 서버 이중화 법제화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보며 놀란 것은 이 정도 규모의 회사가 단일 IDC 내에 서버를 두고 서버 이중화도 하지 않고 데이터만 백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요즘은 중소기업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이현숙 = '조홍식의 유럽 톺아보기' 코너에 실린 '영국·이탈리아 여성 총리에 대한 기대와 우려'라는 글이 실렸는데 '매춘부'라는 표현이 있었다. 아시다시피 요즘에는 성매매여성으로 바꾸어 쓰고 있는데 외부 칼럼이라서 수정이 안 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내부적으로 인권감수성 용어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만약 없다면 한번쯤 논의해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번 달 기사를 보며 보완취재나 후속취재가 있었으면 했던 기사들이 있었다. 스포츠윤리센터 신고사건 60%가 처리기한을 넘긴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왜 그런 것인지 분석이나 하다못해 담당자 멘트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범죄가 증가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원인분석이 필요해 보였다.
'청소년 노리는 금융범죄 주의'라는 기사에선 대안으로 금융범죄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나 예방교육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라 범죄자들이 청소년들을 범죄에 가담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접근을 하기 때문에 온라인 공간이 청소년에게 안전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심층기사가 필요하다. 청소년보호법은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져서 주로 콘텐츠 유해성이나 업소 유해성 측면에서 판단했다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는 범죄자들이 언제든지 청소년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굉장히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에 대해선 별로 고민을 안 하는 것 같다.
정세용 = 윤석열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외교, 청와대 영빈관 이전 문제, 비속어 파문 등은 큰 논란이 있었던 사건인데 이에 대한 내일신문 보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의 진가는 대형사건이 났을 때 얼마나 정확하고 치밀하게 제대로 보도하고 비평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을 못한 기사가 없고 정치적 논란이 커진 다음에도 다뤄지지 않고 윤 대통령 뉴욕 방문만 실렸다.
21일자에는 윤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과 동포간담회 기사만 나왔는데 사실은 그날 비속어 파문이 터지지 않았나. 이미 오전 중에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아는데 내일신문만 봐서는 전혀 그런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청와대 영빈관 이전 관련해서도 기자수첩 형식의 비판 기사만 실렸다.
내일신문 정치팀이 상당히 역량이 있는데 왜 이걸 정확하게 짚고 해설하고 지적하지 못했는지 의아하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사안에 대해선 집요하게 취재를 해서 내일신문의 시각으로 다루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10월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 정세용(전 내일신문 주필)
위 원
이해성(내일이비즈 부사장·CTO)
이현숙(탁틴내일 상임대표)
임성진(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문학(한국생애설계협회 홍보이사)
문찬석(법률사무소 선능 대표변호사·불참)
내부 참가자
이선우 편집국장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