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반대 → 찬성

2022-11-15 11:43:18 게재

한기정 공정위원장 밝혀

여당 당론채택, 입장선회

카카오 사건 연내 마무리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섣부른 시장 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반대해온 공정위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플랫폼 독과점 규제와 관련해서는 자율규제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행 법률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 대응이 어려울 경우 새로운 법률 제정 또는 기존 법률의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의 금산분리 위반 여부를 올해 안에 결론 내겠다고도 밝혔다.

◆법제화 전까지 자율규제협의 유지 =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자재값 급등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돼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추진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동안 정부가 직접 가격에 개입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보다는 시장의 자율 규제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연동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도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공정위도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정부의 (가격) 개입 정도와 수준을 어떻게 할지는 국회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공정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제 법제화와 시행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현재 진행중인 자율규제협의는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건 처리 속도 낸다 =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남용에 대해선 조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카카오그룹의 경우 금융회사인 케이큐브스가 주요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한 문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에 대해 연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10조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것으로 대기업이 금융사 고객의 돈으로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케이큐브홀딩스는 2007년 경영컨설팅업체로 설립됐지만, 지난 2020년 금융투자업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금산분리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이전부터 지주사 격인 위치에서 금융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큐브홀딩스와 김 센터장의 카카오 지분율은 각각 13.29%, 10.58%로 사실상 최대주주 지분율은 23.87%인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또 플랫폼 독점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차단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기준'과 플랫폼 독과점 남용행위 규율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서도 이전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 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온라인플랫폼법 등의) 법제화도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술유용 조사 인력 보강 = 법 집행의 혁신 방안과 조직 개편안도 연내 발표한다. 공정위 사무처 산하 조직을 조사부문과 정책부문으로 분리해 기능별 전문화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경제 분석, 글로벌 기업결합 심사, 기술 탈취 조사 분야 인력을 확충하고 별도의 과 신설도 추진한다.

국제기업결합과 신설 계획도 밝혔다. 플랫폼 분야 등 글로벌 기업결합(M&A)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전문성 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함이다. 한 위원장은 "경제분석 부분에 대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국내 M&A 심사보다 한층 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제 M&A 심사 관련 과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담긴 내용이다.

중소기업 기술 유용 조사에 대한 인력과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상향, 손해액 추정 규정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가맹점이 반드시 가맹본부에서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의 기준도 구체화·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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