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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행어 '100년만의 대변혁기'

2022-12-12 11:51:59 게재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중국 공산당 100주년인 2021년 가장 대표적 유행어였던 '100년만의 대변혁기'(百年未有之大變局)가 지난 10월 20차 당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 '100년만의 대변혁기라는 호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100년만의 대변혁기에 냉전의 진영대립 극복과 중국 주도 인류운명공동체 추진을 강조했다. '100년만의…'는 세계정세가 아편전쟁 이래 염원인 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할 여건이 조성되었다는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대변혁기'는 중국이 근대 100년의 치욕을 겪을 무렵에도 강조된 바 있다. 1874년 이홍장은 "오늘날 동남해역에서 서방 열강이 통상 선교를 목적으로 들어와 평화의 외양 하에 중국을 침탈하고 의화단 사건 같이 중국 국내문제를 빌미로 중국을 침탈하는 수천년만의 대변혁기(三千年未有之大變局)"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이후 아시아를 3000년 동안 호령하던 내륙문명의 중심인 중국은 해양문명인 외세에 의해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 굴욕의 100년을 지냈다. 지금의 '대변혁기'는 과거와 달리 중국의 부흥을 예고하는 구호로서 중국 관계와 학계는 대변혁기의 구체적 양상을 분야별로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100년 중화부흥의 꿈 이루겠다는 의지 표현

'100년'은 중국에서 다양한 정치적 함의로 활용된다. '두개의 100년 꿈'이 대표적이다. 2021년 공산당 건당 100주년에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으로 첫번째 꿈을 실현했고,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미국을 대체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두번째 꿈을 이루겠다고 한다. '100년만의…'는 두번째 중국몽을 이룰 여건이 갖추어졌으니 중국 공산당 선도 하에 다 함께 분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100년만의…'는 2015년 시진핑 주석의 국내외 정세에 대한 '과학적' 판단에서 제시됐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세계 중심에 다가가고 있으며 △중화민족 부흥 목표에 근접하고 있고 △민족부흥의 능력과 자신감을 갖추게 된 '3개의 미증유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2018년 6월에도 "세계는 100년만의 대변혁기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이 세계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표로 '27 대 193, 40% 80%, 100억 85억'도 회자된다. 제1차세계대전 이후 만국대표 27개국이 유엔회원국 193개국으로 확장됐고, 신흥국과 개도국이 세계경제총량 40%와 세계경제성장공헌 80%를 차지하며, 신중국 탄생 100주년 무렵인 2050년 전세계인구 100억 중 85억이 신흥국과 개도국에 있다는 수치다. 서구 선진국 주도의 세상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세상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중화민족 부흥의 목표 근접'의 근거로는 공산당 통치 100년의 치적을 강조한다. 1921년 건당 이후 1949년까지 신민주주의 혁명으로 무산계급 세상을 건설했고, 신중국 성립 후 1978년 개혁개방 이전까지 사회주의 주요 제도를 완성했고,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동안 경제굴기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민족부흥의 능력과 자신감'의 근거는 중국과 대조적으로 근대 100년의 설움을 안겼던 미국 일본 유럽 러시아의 쇠락에서 찾는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중국에게 세계 1위 제조업 대국 자리를 내줬다. 일본은 1968년 이후의 세계 2위 경제대국 지위를 중국에 내주었고 갑오전쟁 이후 동아시아내 우월적 지위도 상실했다. 유럽은 대중견제에 동참하지만 영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처럼 중국굴기 혜택에 경사되고 있으며, 러시아도 중국 GDP의 1/10로 위축돼 중러관계의 역사적 대반전이 생겼다고 한다.

내부 열렬한 호응과 달리 외부 시선은 싸늘

'100년만의…'에 대한 중국 내 열렬한 호응과 달리 외부의 반응은 다소 싸늘하다. 세계정세가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고, 중국의 경제성취를 이룬 개혁개방 동력도 약화되고 있으며, 시진핑 시대의 권위주의형 개발독재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고 본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견줄 위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변혁기를 이끌 지도자상'을 구축해 인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정치구호로 평가하거나, '민족의 국운이 오가는 위기 상황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체제안정 책략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이 내세우는 '100년만의 대변혁기'가 호기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