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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 독일의 인구증가 비결

2022-12-13 11:45:17 게재
김택환 언론인, 경기대 교수

과거 독일은 우리 이상으로 단일민족을 강조했다. 나치 독일은 아리안 우월성이라는 이름으로 수백만명의 유태인과 집시족을 학살했다. 그런 독일이 이민국가이자 다종족·다민족 국가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현재 전체인구가 8400만명을 넘어섰고 그중에서 20% 이상이 외국인 출신이다. 최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리는 이민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2015~2016년 당시 메르켈 전 총리는 시리아전쟁 난민 119만명을 받아들였다. 극우를 포함해 여러 언론들은 메르켈 난민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후일 독일 언론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등 외국 고급지들도 메르켈의 난민수용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최근 다시 독일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더 많은 난민·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2015~2016년보다 2만명이 많은 121만명을 받아들였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대다수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다. 인도주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푸틴의 침략 전쟁을 규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은 난민 1명 당 연간 약 1만유로 재정을 투입한다. 생활비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혜택을 지급한다. 일할 수 있고 어린이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 121만명에 1인당 1만유로면 총 121억유로(16조원)가 들어간다. 독일이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받아들인 이민자 인구는 약 240만명으로 대구 인구(241만명) 수준이다. 많은 재정을 투입하지만 이민자·난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이유는 여러모로 국가지속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소멸은 국가붕괴라는 공동 인식

최근 독일정부는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시민권 취득이 용이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미국처럼 독일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독일 시민권(18세 결정)을 부여하고, 5년(과거 8년 이상) 이상 살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미 2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이민자·난민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택난에다가 우크라이나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에너지난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극우들의 준동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독일이 0.3%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독일정부는 에너지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풀어 폭등한 가스와 전기요금을 일부 보전해주었고, 겨울나기를 위한 가스 비축도 충분하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 강국 독일이 적극적으로 난민과 EU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속성장, 즉 노동력 연금 다이내믹 다원성 다양성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의 정년퇴임 나이는 67세다. 독일은 또 이중거주지를 인정, 즉 현대인들의 거주 동역학을 파악해 '관계 인구'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은 어떻게 정파를 초월해 이민자·난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을 합의할 수 있었을까? 인구소멸은 국가붕괴라는 공동 인식이 있었다. 특히 법률권·예산권·인사권이 주정부에 있는 온전한 자치분권이 이뤄지는 연방국가일 뿐만 아니라 의원내각제·다당제에 기반해 협치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연방총리와 주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주에 이민자 분산과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주 대표들로 구성된 상원 '연방참의원'에서 국가주요 정책을 최종 결정한다.

현재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연금개혁 이상으로 중요한 현안이 인구소멸·초저출산 해결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10대강국으로 부상하는데 인구가 결정적인 요인을 했다. 1950~1960년 이후부터 2020년까지 60년 만에 2500만명이 늘어나 2배인 5100만명이 되었고, 베이붐이 상징어였다.

지자체에 이민권한 부여하고 국가가 지원

하지만 최근 연일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초저출산·자살률로 인구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말한 '성장은 더디고 붕괴는 빠르다'가 우리 인구소멸에 해당된다. 유럽 프로그노스(Prognos) 경제연구소는 우리가 2030년 산업국가 중 최하위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소멸로 국가붕괴를 막을 수 있는 첫 발걸음은 윤 대통령과 시도지사협의회(이철우 경북도지사 회장)가 합의해 독일처럼 난민·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다. 독일은 이미 1980년대 출산장려정책을 썼다. 반면 우리는 1995년까지 산아제한으로 '1차 인구절벽'을 초래했다. 인구가 급감하는 지자체에 이민자·난민 수용권한을 부여하고 국가가 담대하게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있다.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