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만나는 길 | 당진 김금순 지역명사

평균 나이 70세 할매들, '매실한과'로 지역 살린다

2022-12-29 11:01:03 게재

판매·만들기 체험에 한해 매출 10억·최대 1만2000명 방문 … 할머니들도 부자돼 "지역도 어른도 자립이 중요"

"2009년 남편의 고향 당진으로 귀촌을 했어요. 이곳은 100여 가구가 살고 가게도 식당도 없는 곳이에요. 그러다 부녀회에서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어느 날, 마을 잔칫날이었는데 모여서 한과를 만들었어요. 먹어보니 사고 싶을 정도로 맛있더라고요. 마침 그때 마을에서 부녀회에 사업을 좀 해달라고 하던 차였습니다. 이 마을이 매실이 특화된 곳이에요. 그래서 매실한과를 개발했죠. 이게 백석올미영농조합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33명이 200만원씩을 가지고 한과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16일 당진 순성면 사무실에서 만난 김금순(72) 백석올미영농조합(조합) 대표의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조합은 10년 만에 건물 4채, 땅 2000평을 갖고 있다. 연매출은 10억원에 이르렀다. 33명이던 조합원들은 82명으로 늘었다. 그러니 평균 나이 70세 '할매들의 반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16일 당진 순성면 백석올미영농조합 직판장에서 김금순 명사. 사진 이의종


김 대표는 2011년 조합 대표를 맡아 할머니들과 매실한과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정부 공모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고 모르는 건 전문교육을 직접 이수하면서 해결했다.

이제 백석올미마을은 매실한과를 만들어 팔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도 변신했다. 최대 연 인원 1만2000명이 이곳을 방문한다.

◆처음 5천만원 어치 한과 팔아 자신감 = 매실한과에는 매실의 맛이 그대로 스며들었다. 한과가 오래되면 기름 냄새가 나곤 하는데 매실의 상큼한 맛이 기름 냄새를 잡아준다. 전부 마을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과 재료로 만들어 건강에 좋고 맛도 좋다.

백석올미영농조합 '할매들의 반란' 그림. 사진 이의종

김 대표는 "모든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맛이 좋다. 한과도 마찬가지"라면서 "직접 지은 재료를 사용하니까 맛이 좋다. 매실청을 넣기 때문에 상큼해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조합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33명이 모은 6600만원은 기계를 사는 등 사업을 시작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할머니들은 다음해 내내 수작업으로 한과를 만들어 자본금을 보탰다. 가공을 전혀 몰랐기에 김 대표는 직접 1년 동안 가공 교육을 받았다.

2500상자를 만들었던 첫해에는 판로가 막막했다. 할머니들은 '우리가 직접 팔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상자에 2만원씩 5000만원어치의 한과가 다 팔리자 조합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김 대표는 "서울에 있는 자식들에게 연락을 해서 '명절 선물은 전부 한과로 하라'고 했다"면서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후 처음으로 인건비를 주고 한과를 판 조합원에게 10%씩 수수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가장 많이 230만원을 받은 할머니가 한턱을 크게 냈다"면서 "할머니들이 돈을 벌었다고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뿌듯해했다.

김금순 명사와 어린이들의 한과 체험. 사진 백석올미협동조합 제공


이제 매실한과는 쿠팡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했다.

농협 등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늘어난 고객들에게 안내장을 보내 한과를 알리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한다. 한번 먹어본 고객들은 다시 사는 경우가 많다. 매실한과의 상큼한 맛에 할머니들이 직접 만들어 판다는 사연도 있어 그렇다.

◆직접 자격증 따고 체험 지도 나서 = 좀 더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해 조합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도 도전했다. 체험을 지도해야 하니 3명이 직접 관련 자격증을 땄다. 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도농교류에도 나섰다.

조합원들이 작업하는 모습. 사진 백석올미협동조합 제공


조합이 성장하는 동안 할머니들은 부자가 됐다. 한 할머니는 10년 동안 1억을 모았다. 10년에 1억이지만 할머니들에게는 큰돈이다. 이제 할머니들은 손주들에게 피아노 컴퓨터를 사 주고 남편 양복도 사 준다. 딸들에게 500만원씩 용돈을 쾌척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할머니들은 처음 부녀회비를 낼 때 아들딸들이 준 용돈을 그대로 모아 바지춤에서 꾸깃꾸깃해진 1만원을 냈다"면서 "돈을 벌기 시작한 할머니들과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적금도 들었다"고 말했다.

조합의 정년은 80세다. 80세가 되면 조합을 떠나니 최근엔 일손이 부족해졌다. 이에 옆 마을로 시집을 온 베트남 출신 젊은 며느리 2명이 합류하기도 했다. 옆 마을 일자리 창출에까지 기여한 셈이다.

◆계절별 체험 즐기고 당진 여행도 = 백석올미마을을 방문하면 매실한과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실한과는 여러 공정을 거친다.

우선, 찹쌀을 물에 불려 발효를 시킨 후 흐르는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냄새를 없앤다. 이후 찰떡을 만들어 성형기에 넣고 한과 모양으로 재단한다. 다음으로 건조기에 말린 후 다시 한번 숙성을 시켜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보관된 것들을 튀긴 후 조청에 골고루 묻히고 튀밥을 묻혀서 포장한다.

체험객들은 매실한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미리 튀겨 준비한 재료들을 조청에 직접 묻히고 튀밥을 묻히는 과정을 직접 해볼 수 있다.

매실고추장 담그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계량된 엿물 청국장가루 고춧가루 소금 매실엑기스 등 재료들을 준비해두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담글 수 있다.

계절별 체험도 풍성하다. 봄에는 진달래꽃 화전을 만들고 감자를 수확해 찐감자를 먹어본다. 여름엔 매실을 수확해 매실발효액을 담그고 가을엔 고구마를 수확해 고구마 케이크를 만들어본다. 겨울엔 매실 초콜릿을 만들고 김치 깍두기를 담가본다.

체험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체험을 한 후 매실한과와 매실고추장 등을 갖고 돌아가니 누구나 만족한다. 체험 이후 이들은 당진 곳곳을 둘러보고 떠난다. 당진의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마을도 어른도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면서 "수익을 근무하는 사람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쓰고 싶고 퇴직한 어르신들의 노후를 위해 조합에서 일해서 모은 돈을 내고 들어올 수 있는 실버타운을 건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소: 충청남도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244(백석올미마을)
●백석올미마을 해설 투어: 백석올미마을 할머니들의 농촌 경영 이야기 및 공장 둘러보기(25분)
●만들기 체험: 백석올미마을 매실로 만든 한과와 전통 고추장 만들기(30분)
●포장 및 다도문화 소개: 나만의 한과 만들기(15분)
●예약 문의: 041-353-7541 www.allmeone.com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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