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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와 공화당의 딜레마

2023-01-04 11:36:29 게재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

미국 대선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1년 후면 대선 첫 관문인 예비선거가 시작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재선에 도전할 것 같다. 야당인 공화당은 변수가 많다. 트럼프는 대선 재도전을 선언했다. 당초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면 여세를 몰아 본격적인 캠페인을 구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레드웨이브(red wave)는 오지 않았다. 공화당은 10석의 근소한 차이로 하원의 다수당이 되었지만 상원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전국 득표율은 공화당 51%, 민주당 48%로 공화당이 3%p 더 높다. 공화당 후보가 전국에서 300만표 이상을 더 얻은 것이다. 2018 중간선거와 비교하면 공화당 득표율은 6%p 상승하고 민주당 득표율은 5%p 하락했다. 그러나 공화당 의석수는 예상치에 크게 미달했다. 민주 공화 양당이 경합하는 선거구에서 친트럼프 공화당 후보들이 상당수 낙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만을 배경으로 출마한 함량미달의 후보들이 12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상원의원 선거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의 공화당 상원후보는 대중적으로 유명하지만 정치경험은 전혀 없었다. 트럼프가 낙점한 후보들이 낙마한 것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가장 큰 요인이다.

트럼프 입지 약화됐지만 대중 지지도 여전

트럼프의 입지는 중간선거 이후 크게 약화됐다. 중간선거 결과에 트럼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0 대선에 대한 승복을 거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의사당에 난입한 추종자를 두둔하는 트럼프의 행보가 유권자에게 외면을 당한 것이다.

의사당 난입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특별위원회도 최종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이 사건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위원회는 트럼프를 내란(insurrection) 등 4개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권고안과 공직 출마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인 여론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트럼프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두배 이상 높다. 트럼프가 출마하더라도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20%p 정도 열세라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와 정치적 거리두기 중이다.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낙점한 후보자의 자질문제가 중간선거에 영향을 주었다며 트럼프의 대선 재도전에 부정적이다. 보수진영의 큰 손 후원자들도 트럼프 지지를 유보하는 입장을 취한다.

문제는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에게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유권자의 70%는 트럼프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하원의원 당선자 중 트럼프를 옹호하는 공화당 의원도 상당수 있다.

트럼프는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35% 지지율로 승리했다. 나머지 65%를 경쟁후보들이 나눠가졌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와 일대일로 대결하면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실현되기는 어렵다. 다수 후보가 경선에 나올 경우 고정지지층이 있는 트럼프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는 경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대상으로 치열한 네거티브 공세를 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경선패배를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선이 3자구도로 치러지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의 승리에 걸림돌이 되는 방해자가 될 수 있다.

공화당의 정치적 자산에서 부담으로

트럼프 지지층은 정치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층만으로는 민주당과의 대결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트럼프는 응집력이 강한 지지층이 있지만 중도층에게는 거부감과 피로감을 준다.

트럼프는 정치적 리스크뿐 아니라 사법적 리스크도 있다. 트럼프는 현재 법무부 특별검사, 뉴욕과 조지아주 검찰의 수사대상이다. 공화당 입장에서 트럼프는 한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정치적 자산이었지만 갈수록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인가, 아니면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것인가? 트럼프 리스크를 어떻게 대처할까? 2024 대선을 앞두고 미 공화당이 당면한 가장 큰 딜레마다.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