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지하화·불연재 사용 능사 아냐
재난 발생 시 피해 확대
연기에 갇히면 질식 우려
전문가들은 재난에 대한 안이한 생각과 그로 인한 부실한 대비, 단순한 접근 모두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 사례가 급증하는 지하도로다. 서울시만 해도 서부 간선도로를 지하화했고 신월~여의 지하도로를 완공, 운영 중이다. 동부간선도로도 지하화를 추진 중이다.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경부 고속도로 도심구간 지하화가 계획 중이며 최근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도로 지하화에 따른 이점도 있다. 상습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상부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길어지는 지하도로에서 사고가 날 경우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부간선도로 지하구간은 총 길이가 10.3㎞에 이른다. 중간에 대피공간과 비상주차대가 설치돼 있다고는 하지만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공간까지 화염과 연기에 휩싸이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음터널 화재에서 지적된 불연재 사용 문제도 단순한 접근이다. 화재가 나면 사망은 대부분 불이 아닌 연기 때문에 생긴 질식사가 많다. 터널 상부를 불연재로 만들면 연기가 빠져나갈 틈이 없어 모두 터널과 지하도 내부에 갇히게 되고 이는 차에서 내려 대피하는 사람들에까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방음터널은 모두 상부를 열어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와 연관돼 있다. 지나친 주민 민원에 이끌려 벽이 아닌 터널로 방음시설이 만들어지면서 위험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회가 복잡·고도화되면서 재난 유형도 복잡·다양화하고 있다"면서 "불연재를 사용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이 아닌 변화된 도시 상황에 대한 구조적 인식,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 대한 꾸준한 훈련 등 상시 대비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