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북 무인기 침투로 본 한국 드론산업의 현주소
그리스어로 새를 뜻하는 오니소스(ornithos)와 날개를 뜻하는 프테런(pteron)의 합성어인 오니솝터(Ornithopter)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새들의 아름다운 비행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하늘을 나는 장치다. 비록 비행 모티브가 되었던 날개를 퍼덕여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이 실험을 통해 날개로 날아오르기보다는 고정된 날개를 이용해 글라이딩하는 비행은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이렇게 시작된 비행기술은 군사적 요구에 의해 급격히 발전되었고 지금은 무인항공기 개발에 이르렀다.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는 니콜라 테슬라가 최초로 개념을 정립, 1918년 이를 바탕으로 한 자폭 무인기 실험에도 성공했다. 무인항공기는 지상에서 원격조종할 수 있지만 이미 프로그램된 경로에 의해 자동비행하거나 혹은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자체적 환경 판단에 의해 자율비행을 할 수 있다.
최초의 왕복 가능한 무인항공기는 1930년대 영국에서 개발해 무인표적기로 사용된 '퀸비'(Queen Bee, 여왕벌)다. 이를 목격한 미군도 무인표적기를 만들면서 여왕벌에 대비되는 애칭으로 '수벌'이라는 의미의 '드론'(Drone)으로 명명했다.
드론은 6.25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도 사용되었으나 군사적 목적으로 드론의 효용성이 확인된 것은 1991년 걸프전이었다. 이후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드론과 같은 무인체계가 미래 군사력의 핵심으로 부상되는 것을 예상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다양한 군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방식으로 드론 후진국 신세
우리나라도 2018년 '드론봇전투단'을 창설해 현재 2500여대의 드론을 운용중이며 '드론봇 페스티벌'을 열어 드론의 전술 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드론 기술은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 항법 기술, 자세제어 기술, 영상처리 기술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군용이 세계최고인 미국에 비해 90% 수준이고 민간기술은 65% 정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 드론의 민간기술 수준이 군용기술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은 벌써 세계 민간 드론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어느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었다. 중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을 따라 채택한 네거티브 규제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즉 '법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라면 모두 허용되는' 것이 그것이다. '선허용 후보완' 정책으로 운용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만을 보완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포괄적 규제에 묶여 '드론 후진국'으로 처지고 말았다. 이는 드론 선진국인 미국 중국 등과 달리 비행가능구역 무게 고도 안정성 자격검증 허가절차 활용범위 등에 걸쳐 다양하고 촘촘한 규제가 존재하는 바람에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어 유기적 기술발전 자체가 원천봉쇄 되어버렸다.
지난 12월 26일 북한이 보낸 드론이 서울 수도권 상공까지 침투했으나 우리 군은 대응체계 부실로 막지 못했다. 그런데 대응실패를 소형 드론의 탐지능력 부족에서 찾아야 함에도 드론부대의 문제로 보는 정부의 시각에 큰 문제가 있다. 이미 있는 드론부대의 존재사실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부대창설 목적이 적 드론 탐지가 아닌 정찰과 타격인 것을 알아야 한다.
핵심 기술 가지고 있어 경쟁력 회복 가능
드론 침투를 막는 안티드론 기술은 이미 민간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또한 드론 후진국인 우리나라가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아직 남아있다. 우리가 반도체 항법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ICT, IoT, 배터리 등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드론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첨단기술 육성을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정해주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대대적 전환을 하는 필수적인 정부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규제를 통한 부작용 방지에 역점을 둘 것이 아니라 문제를 예측하고 발생시 보완하는 조화로운 발전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드론은 단순한 무인비행을 넘어서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필수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