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데이터가 말하는 김정은 시대

2023-01-10 12:03:00 게재
홍 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이해의 난관은 자료의 제약이다. 악명 높은 폐쇄성 탓이다. 선전으로 가득한 보도와 문헌을 읽는 지난한 독해와 경험적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공개된 통계들은 김정은 시대에 대해 많은 것을 또한 말해주기도 한다.

우선 김정은의 공개활동 통계를 보면 집권 초 2013년 연 227회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85회로 급감했다. 경제부문 현지지도는 지난해 단 4건에 불과했다. 40~60여회에 달하던 2013~2018년에 비교하면 사실상 경제시찰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내각총리의 경제부문 '현지요해'가 이를 대체했다. 결국 경제를 내각에 맡기고 경제에 대한 책임에서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정은은 주로 주요 정치회의 기념촬영 행사에만 주력했다. 코로나19 탓도 있겠지만, 현장 중심의 통치활동에서 회의와 행사 중심의 통치로 패턴을 바꾼 것이다.

무기실험 참관의 경우 2021년 이후 전체 핵·미사일 활동 중 김정은의 무기실험이나 훈련 참관율은 42%로 절반에 못 미친다. 대외적 메시지 효과가 큰 중요한 무기 실험에만 선별적으로 참관하고 있다. 주로 미국이나 한국에게 보여주는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는 내각에 맡기고 이미지 정치 강화

공개활동 빈도도 눈에 띤다. 집권 초 몇년 간 1~2일 간격으로 이뤄지던 공개활동이 최근 3년 사이 4~6일 간격, 최대 32~35일 미식별 기간이 나타났다. 공개활동 장소도 집권 이후 평양시가 634건으로 그 다음 순위인 원산 45건과 비교하면 14배가 많다. 주요 수행자도 당 조직지도부 출신 인물이 압도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개활동 보도에 게재된 사진수다. 1건당 평균 10장 정도로 보통 1~2장 실리던 김정일 시대보다 10배 가량 많아졌다. 지난해 4월에만 343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정리하면 △국방이나 성과를 대내외 알리는 중요 실험이나 행사 중심의 선별적 활동 △군과 당 조직지도부 측근 중심의 수행 △주요 정치회의 중심의 통치 △평양 중심의 활동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미식별 기간의 증가 등이다. 한마디로 경제는 내각에 맡기고 국방 중심의 성과 내기, 대내외적 메시지를 의식한 이미지 정치의 강화다. 이번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도에서 국방력 강화에 많은 비중을 둔 반면 경제분야 언급이 거의 사라진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한 시장 관련 통계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2년 11월 현재 북한의 공식시장은 414개다. 2017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순증은 3개뿐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장의 신규설치 이전 확장 등 변동이 93건으로 규모 확장은 활발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시장으로부터 수취하는 장세, 각종 보관료의 증가다. 시장 수취 세금을 지방 및 중앙 재정수입으로 삼는 비율이 늘었다는 얘기다.

군사부문 통계는 화려한 상승세를 보여준다. 올해만 43건의 미사일 활동으로 역대 최다다. 발사시기도 과거 3~5월에 집중됐던 반면 연중 거의 모든 시기에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활동 횟수 및 다양성, 무기의 다종화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 시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만 36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중 단거리미사일만 304발을 발사를 했다. 무기의 개발, 한미연합훈련 대응용 등 다양한 목적의 발사가 늘어났다. 발사장소도 2017년 7월 조사 때 30곳이었으나, 2022년 11월엔 51곳으로 21곳이 증가했다. 특히 평안남북도에 새로운 발사장소가 늘어났다. 평양 인근에서 대응용 미사일 발사를 많이 했다는 얘기다. 억지의 심리로 보면, 평양의 공포심이 크다는 반증이다.

통계에는 평양의 위기의식 반영돼 있어

북한의 연간 정책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지난해 연말 개최됐다. 결론은 국방력 강화를 통한 대미·대남 '대적 행동'을 공세적으로 강화하면서 안으로는 1960~1970년대식 속도전과 정치투쟁, 당조직 및 사상 통제의 고삐를 쥐고 가겠다는 것이다.

대외정세 인식은 최상급 표현으로 가득했다.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협들이 가득"하고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로 표현했다.

국정의 온 힘을 국방력 강화에 쏟으며 대미 억제력 과시에 올인하고 있는 북한. 안으로는 정치투쟁을 앞세운 통제, 성과 중심의 이미지 정치. 회의 결과와 통계로 본 북한은 유사하다. 평양의 위기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