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국의 기후행동

대륙붕 저장소 대동여지도 만들기

2023-01-18 11:50:33 게재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

1994년 발효된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르면 대륙붕은 영해기선에서 200해리, 혹은 200해리 밖으로도 계속 연장돼 있는 경우 최대 350해리까지 연안국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서해와 남해에 대륙붕이 잘 발달해 있으며 배타적 경제수역을 모두 합치면 약 44만㎢로 한반도 크기의 2배에 달한다. 대륙붕은 약 200m 정도까지 수심이 매우 완만하게 깊어지므로 수산자원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1970년대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우리에게 '제7광구'로 익숙한 제주도 남단 대륙붕 지역을 '한일 공동 개발구역'으로 설정했다. 1978년 중국 덩샤오핑은 일본 후쿠다 총리를 만나 "다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의 해결은 더 현명해질 다음 세대로 미루고 지금은 자원 공동개발에 노력하자" 했다.

그러나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새로운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 체계가 도입되고 자원확보를 위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커지면서 사정이 복잡해졌다. 그간 공동개발에 미온적이던 일본은 새 경계획정 원칙으로 '중간선'을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공동 개발구역 대부분이 일본에 속한다. 2028년 협정 종료를 앞두고 일본은 연장보다는 종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해양주권과 탄소중립 두마리 토끼잡기

중국은 더 심각하다. 2021년 우리 어업 지도선은 서해 '잠정 조치 수역'에서 중국이 설치한 석유 시추 구조물을 발견했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설정된 '잠정조치 수역'은 한중 양국이 각자 산정한 200해리가 중첩되는 수역 중 중간부분을 '함께 조업도 하고 함께 관리도 하는 수역'으로 정해 어업 이외의 자원개발이나 시설물 설치가 금지되는 곳인데 우리나라 군산 앞바다 쪽 제2광구와 맞닿은 곳에 버젓이 설치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기정사실화 전략'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만하다. 기정사실화 전략이란 국가 간의 분쟁 상황에서 상대방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지 않고 단계적 점진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종의 살라미 전략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은 2016년 우리나라 제3광구 맞은편에 3차원 물리탐사와 기초시추 작업을 한 바 있다. 일본은 2009년부터 매년 5000㎢의 3차원 물리탐사와 기초시추를 하고 있는데 물리탐사는 100%, 시추는 50~70%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서남해 탐사 실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내 한 자원개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국내 대륙붕 개발 종합 계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광개토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계획은 '해양주권 확보' '에너지 안보 강화' 그리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모토로 하고 있다.

해양주권 확보는 기초조사 미비로 해저층서가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서남해 대륙붕에 연도별 일정량의 물리탐사와 시추 등 기초탐사를 통해 대륙붕 해저지도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대륙붕 자원탐사를 확장하고 중국의 서해 내해화 전략과 2028년 일본과의 공동개발 구역 종료 협상 대응자료로 적극 활용, 해양주권 확보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 강화는 동해 심해지역 집중 탐사 전략을 통한 제2 가스전 확보를 목표로 한다. 2022년 9월 발간된 석유 서비스 전문회사 '슐럼버거'의 분지 모델링 리포트에 따르면 동해 가스전이 있는 울릉분지의 근원암 생성 능력은 저류층 트랩 잠재력 기준으로 13조~24조세제곱피트로 추정했다. 이중 1조평방피트만 발견하더라도 얼마 전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전의 4배에 해당한다. 물론 발견 가능성과 심해 개발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지만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탐사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취득한 탐사 자료를 활용 우리나라 대륙붕 해저 이산화탄소 저장소의 대동여지도를 만들고 그 결과에 따라 2030년 연간 400만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대륙붕에 영구 저장한다는 계획이다.

'광개토 프로젝트'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

탄소중립은 궁극적으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추구하지만 상당 기간 화석에너지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주목받는 천연가스 자원과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겨냥한다. 해양주권 확보도 주권 국가의 필수적인 명제다. 프로젝트가 잘되길 기대한다.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