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재구성인가, 해체인가' 갈림길 선 한민족

2023-01-26 11:53:24 게재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

설 연휴를 기회로 모처럼 가족 친지가 한 자리에 모였다. MZ세대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어쩌다 결혼과 출산이 화제가 됐다. 흥미롭게도 MZ세대 그 누구도 결혼과 출산을 반드시 해야 할 그 무엇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가치관과 문화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2021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명, 2022년에는 0.7명대로 내려앉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0명대 나라다.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추월하며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이 추세로 가면 인구가 계속해 줄면서 나라 자체가 쪼그라들고 말 수도 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낮은 출산율의 원인을 주로 경제적 요인에서 찾았다. 그 연장선에서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11년 이후 10년 동안 200조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었다. 효과는 거의 없었다. 돈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님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가치관과 문화의 변화 탓일 수도 있다.

낮은 출산율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지만 상당 정도는 수긍하고 받아들여야 할 현상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인구감소 대책이다.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다양한 수준에서의 적극적인 국내 이민 확대다. 그동안 다문화가정과 귀화 형태로 외국인의 한국 국적 획득이 꾸준히 늘어 왔는데 이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과감하게 문턱도 낮추고 혜택도 늘려갈 필요가 있다.

다양한 종족의 융합으로 이뤄진 한민족

여기서 엉뚱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국적을 획득한 외국인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인가 아닌가?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고를 지배해 온 순혈주의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제는 누구나 다 인정하지만 단군 자손이라는 신화는 허구일 뿐이다. 민족의 형성 과정을 되돌아보면 모든 게 분명해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민족은 다양한 종족의 융합으로 이루어졌다. 2004년 5월 단국대 생물학과 김 욱 교수팀이 한국인의 DNA를 분석한 결과 60% 정도가 북방 유목인의 유전자형을 보였고, 40% 정도는 인도 등 남방 사람들의 유전자형을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한민족의 기본 골격을 이룬 종족은 몽골계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부여 고구려 백제를 형성한 지배집단이 여기에 속한다. 대표적인 징표로 출생 직후 한국인 엉덩이에 몽골반점이 나타나는 점과 알타이어계에 속하는 언어 사용을 꼽을 수 있다.

김씨 성을 지닌 신라 왕족과 그 후예들은 뿌리가 다소 다를 수 있다. 문무왕비의 기록, DNA의 비교 분석, 고분 형태와 내장된 유물의 유사성에 비추어 볼 때 신라 왕족은 투르크계인 흉노의 후예로 점쳐진다.

고대 한반도 남쪽 지역에는 해양을 통해 이주해온 남방계가 거주했는데 가장 유력한 세력으로 인도 타밀족에 뿌리는 둔 종족이 있었다. 언어학자에 따르면 고대 가야의 지배층 주류 언어는 타밀족 언어인 드라비다어였으며 그중 1300여개의 단어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유골을 통해 얼굴 모양을 재현해본 결과 고대 남방계는 인도인에 상당히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귀화해 일가를 이룬 경우가 매우 많았다. 화산 이씨는 고려 시대 베트남의 이씨 왕조 왕자가 귀화해 형성한 집안이다. 베트남에서는 공식적으로 화산 이씨를 자국인과 동등하게 예우한다.

다인종 민족으로 재탄생하지 못하면 해체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인 사회는 인종 전시장과도 같다. 한국인 여럿이 모이면 몽골인과 인도인을 빼닮은 사람이 꼭 포함되기 마련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민족은 전형적인 잡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진화이론에 따르면 동종교배는 퇴화고 이종교배는 진화다. 다양한 종족의 융합을 거치면서 한민족의 두뇌와 문화적 감수성이 그만큼 더 뛰어날 수 있다.

민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역사적 산물이다. 시대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다. 한민족은 다양한 인종과 종족을 포용하면서 다인종 민족으로 재탄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재구성 노력을 회피하면 해체당하는 비운을 겪을 수도 있다. 극과 극은 통하기 마련이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