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여론조사 당심과 진짜 당심
국민의힘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절차가 내일부터 시작된다. 당 대표는 친윤 대 비윤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보수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100% 당원투표 방식으로 치러진다. 결선투표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가 전당대회 승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여당 전당대회의 '당심'에 대한 여론조사가 연일 보도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여론조사에서 말하는 '당심'과 '진짜 당심'은 차이가 있다. 여론조사로 집계한 '당심'은 여당의 당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아니다. 당원명부는 공개된 자료가 아니며 여론조사의 표본을 추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여론조사는 여당을 지지하는 보수성향 유권자를 조사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선정한 여론조사 응답자는 정치적 관심, 후보에 대한 인지도, 정치적 네트워크의 영향, 그리고 선호하는 후보를 정하는 판단의 기준에서 정당의 당원과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일반 유권자와 정당의 당원은 정치관여도에서 차이가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권자와 관심도가 낮은 유권자 비율은 대략 7대3으로 추정된다. 반면 정당의 당원이라면 대부분 정치관여도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관여도가 낮은 유권자가 포함된 여론조사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인지도 효과는 특히 경선 초반에 크게 작용한다. 당원 투표에서 인지도 효과는 큰 영향이 없다.
일반 유권자와 당원의 차이 간과된 조사
일반 유권자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더라도 개별적 이해관계나 네트워크 연고는 없다. 책임당원은 당내 조직과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는다. 연차가 오래된 당원이나 오프라인 연고로 가입한 당원은 당원 네트워크에 직·간접적 연결고리가 있다. 온라인으로 가입한 신규당원은 비교적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을 하므로 성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치관여도가 높고 당내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는 당원은 선택의 고려요소가 다양하다. 내년 총선의 여당 승리에 누가 더 적합한가, 지역구 공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등의 전략적 판단도 당원의 입장에서 당 대표 후보의 투표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여론조사 당심'은 오차범위도 크다. 1000명 조사에서 여당 지지층의 유효표본수가 대략 400명 안팎이라면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5%p다. 지지율 차이가 10%p 이내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전당대회 당심을 유추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최근 당내 선거의 당원투표 결과도 참고할 수 있다. 특히 2021년 당대표 선거와 대선후보 경선을 비교하면 여당 당원들의 정치적 선택이 달라지는 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6월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 선거인단은 33만명 중 15만명이 투표했다.(투표율 45%) 당원투표 결과는 나경원 41%, 이준석 37%다. 변화를 바라는 당심이 선전한 결과다.
11월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원 선거인단은 57만명 중 36만명이 투표했다.(투표율 64%) 당원 선거인단의 최종 투표 결과는 윤석열 58%, 홍준표 35%다.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성향 당심이 결집한 결과다.
지난해 3.9 대선, 6.1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여당의 책임당원은 84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선거국면에서 지역별 당원협의회가 집중적인 조직활동을 한 결과다. 이준석 효과도 있다. 당원 분포에서 수도권(37%)과 40대 이하(33%) 비중도 커졌다.
친윤은 보수결집, 비윤은 변화에 무게
집권세력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대립해 총선에서 고전했던 과거의 뼈아픈 기억도 남아있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쉬먼(Albert Hirschman)은 위기에 처한 조직 구성원은 결속(loyalty), 변화 요구(voice), 이탈(exit)의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한다고 한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결속을 다지거나 변화의 목소리를 수용하거나 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 후보는 보수결집으로 총선의 승리를 견인한다는 구상이다. '비윤' 후보는 변화를 수용하고 외연을 확장해야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