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작의 기후행동

탄소중립? 이제는 플랜B를 준비할 때

2023-02-08 11:48:25 게재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 농특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요즘은 누구를 만나도 탄소중립을 얘기한다. 어림없는 주장이라 치부하든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하든. 도시의 청년 기후활동가로부터 시작된 외침은 이미 두메산골 촌부에게까지 이르렀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새해 영농교육에서도 탄소중립은 중요한 교과목이 되었다.

그렇지만 탄소중립이 어떻게 가능할지 현실을 돌아보면 여전히 막막하다. 단지 재생에너지 생산비용 감소와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서 그게 가능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탄소중립은 어떻게든 이루어지긴 할 것이다. 아니면 다른 수가 있는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을 한다는 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바뀐다는 걸 의미하고, 에너지가 바뀐다는 건 산업구조부터 삶의 방식까지 우리가 익숙하던 모든 게 바뀐다는 걸 의미한다. 대전환기에 변화를 거부하거나 전환이 지체되면 어떤 결과에 직면하게 되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변화에 예민하고 변신에 능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화석에너지 시대를 풍미했던 우리의 경쟁력은 오히려 그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탄소중립, 파멸 피할 뿐 파탄 막지 못해

탄소중립, 그게 이루어지면 기후변화가 멈추고 세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더불어 지내왔던 자연, 우리가 함께 살아왔던 세계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구라는 생태계에 함께 사는 생물상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환경생태학자들은 이미 지구는 여섯번째 대멸종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니 미련은 부질없다.

탄소중립은 인류문명의 파멸을 막을 뿐 파탄까지 막지는 못한다. 2021년에 발표되었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설사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거의 불가능한 미션을 달성하더라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시대 이전 대비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게 불과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경고였다.

1.5℃ 그게 뭐라고? 2013년 IPCC 5차 보고서가 발표되었을 때는 지구 평균기온은 0.85℃ 올랐다. 그때는 기후가 변했다는 걸 대부분은 인정하길 주저했다. 현재는 그 당시보다 0.25℃ 더 올랐다. 요즘은 기후가 심각한 문제라는 걸 모두가 실감한다.

그럼 여기서 0.4℃ 더 오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상상하기 전에 평균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커질수록 같은 0.1℃라도 그 영향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지 않는다면 아직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왜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집단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그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본에 불과하고 품새라도 갖추려면 한가지가 더 필요하다. 적응이다. 1.5℃ 시대가 되면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상재해의 크기와 횟수가 더 늘어난다는 걸 의미한다.

전세계가 노력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무모하다. 문명의 약한 고리부터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맞닥뜨릴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의 피해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아열대 건조지대와 해안 저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이 첫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좋은 기후대에 위치한 선진국들이라고 무사할 수는 없다. 기후난민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많은 선진국에서는 국가안보 문제로 다룬다. 그때도 상품과 식량의 교역이 여전히 이루어지겠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짧으면 10년 후에 맞이할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하는 게 별로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뭘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더 타당하다. 똑같은 질문이 이제는 지겹다.

미래에 닥칠 식량위기 대비하고 있나

화석에너지 시대에 가장 중요한 상품이 석유였다면 기후변화 시대에는 희귀 광물자원과 식량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광물자원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식량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식량자급률이 100%를 넘어가기 때문이다.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미래에 닥칠 식량위기를 우려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식량자급률 겨우 20%에 불과한 지리적으로도 고립된 선진국이다. 이제는 탄소중립을 넘어 플랜B를 준비할 때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