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형 변호사's 땅땅땅 | ⑧ 유치권

불법적 점유로 유치권 성립 못해

2023-02-17 11:22:35 게재
우동형 변호사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 등을 점유하는 자가 그 물건에 대한 채권을 가질 때,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목적물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민법 제320조). '유치'한다는 것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그 인도를 거절하는 것이다. 세탁소에서 세탁비를 지급받기 전까지는 세탁물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이치다. 공사 중인 건물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붙이거나, 건물의 출입문을 굳게 걸어잠그는 등의 방법으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경매에서 실시되는 감정평가서에서 종종 '유치권 주장 있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유치권 주장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특히 아래와 같은 점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채권과 유치하는 물건 사이에 '견련(연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건물 공사업자가 건물주로부터 그 건물에 대한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던가,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수리한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으로부터 그 수리비를 받지 못한 경우 등을 말한다. 임차보증금이나 권리금은 그 임차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임차보증금이나 권리금을 받지 못해도 그 임차목적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둘째, 불법적으로 물건을 점유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자라고 하더라도 공사가 끝나 건물주에게 건물을 인도한 후 건물주의 동의 없이는 그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럼에도 건물에 침입해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걸거나 위 건물을 점거한다면 불법한 점유이기 때문에 유치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공사업자들이 건물 완공 후 뒤늦게 건물을 점거하며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지만, 그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점유를 적법하게 개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셋째, 유치권을 주장하려는 물건이 경매대상일 때에는, 최소한 그 물건에 대한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 즉 압류 전까지는 유치권이 성립되어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경우, 유치권자는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에 대한 점유를 계속하고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비단 채무자나 소유자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유치권을 주장하여 그 물건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채무자는 돈을 갚아야만 다시 물건에 대한 점유를 회복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담보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다만,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는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그 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한번 유치권이 성립하였더라도, 그 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그만 두면 유치권은 소멸하므로, 유치권자는 그 점유를 상실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동형 변호사's 땅땅땅"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