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통제

2023-03-03 10:36:41 게재

식량·의약품 보급 차단

수치 변호인 접견도 막아

미얀마 군정의 반인권적 태도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군정은 저항세력이 장악한 지역의 식량과 의약품 보급 등 인도주의적 물품 반입까지 통제하는가 하면 아웅산 수치 여사의 변호인 접견까지 막아 반감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북동부 카야주와 연결되는 주요 길목마다 검문소 40여곳을 설치해 내부로 들어가는 모든 물품의 반입을 막고 압수하고 있다.

압수품 중에는 카야주에 있는 병원으로 전달되는 의약품과 피란민을 위한 식량 등도 포함됐다. 현재 카야주는 소수민족 무장단체(EAO)와 시민방위군(PDF) 연합 세력이 장악하고 있어 미얀마군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다. 지상전에서 열세인 미얀마군이 이 지역에 무차별 공습을 가하면서 쿠데타 이후 2년 동안 87개 마을에서 약 1200채가 넘는 가옥이 파괴됐다.

카레니시민사회단체는 최근 보고서에서 45만 카야주 인구의 약 40% 이상인 18만명이 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 지역 어린이와 노인들이 영양실조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카레니휴먼라이츠그룹은 "미얀마군은 봉쇄로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모비응급구조팀은 "쿠데타 후 2년 동안 난민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서 사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변호인 접견도 막고 있다. 2일 AP통신에 따르면 군정 법원에서 33년형을 선고받은 수치 고문의 변호인단과 수치 고문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마지막 재판 이후 변호인단은 수치 고문을 만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수치 고문의 지시를 전달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이듬해인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정권을 잡은 군부는 이를 반대하는 민주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해왔다. 2년 동안 전국에서 5만5000채의 민간 가옥을 불태웠으며, 150여만명이 넘는 난민을 발생시켰다.

군정은 수치 고문의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했으며, 재판도 교도소 내 특별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또 군정은 변호인단이 재판 결과 등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막았고, 유엔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국제사회 주요 기관들의 수치 고문과의 만남까지 불허했다.

특히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해 8월 미얀마를 방문했지만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만 만나고 수치 고문은 만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군정이 정당성을 쌓는 데에만 이용당했다는 비판을 받은 헤이저 특사는 수치 고문과의 만남이 허용되지 않으면 미얀마에 다시 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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