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때 조선인학살 진상규명"
오충공 영화감독,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 … 40여년 바쳐 진실 알리는 다큐멘터리 제작
8일 제25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한 오충공 영화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사단법인 저스피스가 1970년대 유신 독재에 저항한 고 지학순 주교의 생을 기려 제정했다.
오 감독은 재일동포 2세로 지난 40년 동안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83년 다큐멘터리 영화 '감춰진 손톱 자국-관동대진재와 조선인 학살'을, 1986년 다큐멘터리 영화 '불하된 조선인-관동대진재와 나라시노수용소'를 발표했다.
2023년은 관동대지진 100주년이다. 이에 맞춰 개봉하고자 '1923제노사이드, 93년 간의 침묵'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영화들은 일본에서 공동체 상영 형식으로 수천회 이상 상영되며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와는 별도로 수많은 조선인들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당했다. 당시 임시정부 집계로 6661명에 이른다.
지진 발생 이후 일 정부가 계엄령을 내리고 민심이 흉흉해진 가운데 '조선인이 방화를 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조선인들이 희생양이 됐다.
이날 그는 잔인하게 희생당한 조선인들의 사연을 밝히고 조선인 학살을 목격한 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공유했다.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당시 검문을 하면서 조선말을 하거나 저고리를 입은 사람,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면 다 죽였다고 한다"면서 "당시 '중국인을 조선으로 오인해 죽였다'는 등의 표현을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조선인은 죽여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일본에서 영화 상영시 80% 이상 일본인들이 봤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보내온 감상문들이 내 보물"이라면서 "지진 발생 이후 100년, 첫 영화가 나온 지 40년인데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 규명을 위한 일본과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오 감독은 "임시정부가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공문을 보냈으나 일본은 답을 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100년이 됐다"면서 "역대 어느 정부도 일본 정부에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본 국회에서 학살된 조선인 명부를 제출하라고 해도 일본 정부는 '없다'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