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숲과 물 통합적 관리로 물 위기 극복하자
국토의 63%가 숲인 우리나라는 수자원의 2/3도 숲에서 나온다. 숲은 풍부하고 맑은 물의 원천으로, 물을 가두는 거대한 댐인 동시에 깨끗하게 거르는 정수기 역할을 한다. 물 부족과 홍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만 바라봐서는 반쪽짜리 해결책이 된다. 상호연관된 숲과 물을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관리해야 온전한 답이 된다.
첫째, 댐 및 저수지 유역에서 수원함양 증진을 위한 숲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수원함양기능은 숲의 종류와 관리 상태에 따라 다르다. 특히 과밀한 침엽수 인공림일수록 수원함양 기능이 떨어진다. 빽빽한 침엽수 인공림 1ha를 솎아베기하면 평상시 유량을 연간 최대 46톤 더 늘릴 수 있다. 국민 6명이 1년간 사용하는 수돗물의 양과 같다.
그간 우리나라 물관리의 관심사가 댐과 저수지에 저장된 물의 효율적 이용이었다면, 이제는 적정한 숲 관리를 통해 댐과 저수지의 저수량과 하천에 흐르는 맑은 물을 늘려야 할 때다.
둘째, 도시홍수 저감을 위해 빗물 흡수능력이 우수한 도시숲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0%를 넘어섰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숲 토양의 투수기능은 서울시 도시 토양의 평균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빗물을 잘 흡수하는 도시숲을 늘리고 적절히 관리한다면 도시홍수 피해를 줄이고 도시 물순환의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숲과 물 통합적 시각에서 문제 바라봐야
셋째, 산불피해지와 훼손지의 체계적 복원을 통해 상류 수질을 보전해야 한다. 산불로 탄 토양은 빗물이 잘 스며들지 못하고 적은 비에도 쉽게 침식되어 수질을 악화시킨다. 산불이 나면 재와 부유토사 등 오염물질의 유출량이 최대 600배까지 증가한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산불피해지 등의 훼손지에는 수목의 복원과 함께,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 오염물질을 방지하는 그물과 모래와 흙을 가라앉히는 연못을 설치하는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최신의 디지털 산림공간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치산치수의 바탕이 되는 산림 기능과 수자원의 장기 변화와 그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장기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해 산림의 수원함양기능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산림물지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산림청은 전국 산림토양·물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산림물지도는 과학적으로 수원함양림을 관리하고 수원함양보호구역 및 조림 적합지역을 판정하며, 산불·산사태 등 재해 대응력 강화에 활용된다. 산림물지도를 포함한 각종 디지털 정보의 공유와 물관리 기관 간 상호 협력을 이룬다면, 댐 상류부터 도시숲까지 통합적 산림관리가 구현되어, 국가적 통합 물관리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
국가적 통합 물관리 실현에 이바지
3월 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이고 22일은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세계 물의 날'이다. 숲과 물을 함께 바라봐야 산림과 물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숲과 물의 통합관리 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로 심화될 가뭄과 홍수, 물 부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이는 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비전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