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배터리산업의 골든타임과 과제

2023-03-22 10:55:17 게재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3월 15~17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3'은 K-배터리산업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행사였다. 16개국 477개 기업과 2000명의 해외 바이어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회에 6만명이 넘는 참관객들이 관람, 우리 배터리산업의 기술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정부 대사관도 전시관을 설치하거나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한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희망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지형이 한중일 배터리 기업간의 시장경쟁에서 미래 첨단전략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간 무한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배터리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통상여건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큰 리스크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인터배터리 2023에서 외국 기업 정부가 보여준 K-배터리에 대한 러브콜에서 보듯 미국 유럽연합(EU) 같이 배터리산업이 취약한 나라와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핵심 광물 보유국가 모두 우리 배터리업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golden time)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주도권 잡기 위한 국가간의 무한경쟁

K-배터리산업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 핵심인재와 산업화 경험을 갖추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선진국 수준의 과감한 지원을 신속하게 해준다면, K-배터리는 글로벌 1위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3월 15일에 열린 대통령 주재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은 K-배터리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배터리산업의 국내투자를 촉진하고 중국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의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민관 합동의 전략적 통상대응도 매우 중요하다. 통상당국이 기업의 대변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한미, 한EU간 배터리 동맹을 제도화하는 노력도 병행되었으면 한다. 한미, 한EU FTA를 개정해 배터리 챕터(chaper)를 추가하거나, 민관 합동의 1.5 채널 배터리 전략대화 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니켈 리튬 등 핵심광물 보유국과의 전략적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배터리 업계가 광산과 제련 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 경험이 많은 종합상사, 제련업체와의 컨소시엄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핵심광물 공급망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해외투자세액공제 허용,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정책금융 우선지원, 전문기관인 광해광업공단의 참여 방안 등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 호주 등 핵심광물 보유국가들은 단순 광물수출이 아닌 자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핵심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따라서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광물 보유국의 수요에 부합하는 상생형 공급망 협력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관협력으로 글로벌 1위 산업 도약

미중 전략경쟁과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계기로 지금 K-배터리산업에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민관이 서로 합심하여 힘껏 노를 저어 나간다면, K-배터리가 글로벌 1위의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