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구시민과 '생활 ESG'

2023-03-27 10:57:33 게재
유문종 경기대 겸임교수, 전 수원시 제2부시장

정치 경제 환경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다 보면 '시민'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큰틀로 보면 정치영역에서 시민은 주권을 가진 유권자로, 경제영역에서는 소비자로, 환경영역에서는 지구시민으로 생활한다. 즉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꾸며 사회변화를 추구하고, 소비를 통해 상품에 영향을 주며 생산과정과 경제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지구시민'이라는 규정은 설명이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으로 전세계가 연결되는 시대에 국경이 엷어지면서 '국민'이라는 단어의 사용도 축소됐다. 국가의 틀에 갇힌 국민보다는 지구시민이라는 단어가 더 친근해졌다. 하지만 지구 시민이라는 말은 환경영역에서 더욱 절실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인류가 부딪히고 있는 환경문제는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고 대응 또한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자'는 구호는 30년 전인 1992년 리우회의에서 등장했지만 여전히 강력하게 세계인의 실천을 이끌어가고 있다.

환경영역에서 시민은 국경에 갇힌 국민이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지구시민으로 생활한다. 시민은 유권자이면서 소비자로, 그리고 기후위기를 적극 해결하려는 지구시민으로 다중지위를 갖고 생활한다.

다중지위로 생활하는 '지구시민'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고장난 자본주의 운영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활동으로 표출된다. 단기적 수익창출과 주주들만의 이익에 집중한 현 시장체제는 환경문제는 물론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 부패·비리 등 각종 사회문제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위기의 증거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도록 우리를 압박해왔다.

유엔은 1992년 리우회의를 시작으로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고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시장은 외부적 강제가 아닌 시장 내부의 논리에 따라 변화해야 그 변화가 지속가능하며 기대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며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지원한다면 시장은 변화할 것이다. ESG는 투자와 소비라는 시장 본연의 흐름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는 전세계인의 노력인지라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다중지위를 갖는 시민이 ESG의 정착과 실행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경제·사회를 변화시키는 근본적 힘은 시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힘 또한 지구시민이 갖고 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고 변화된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되며 다수 시민의 습관은 생활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킨다.

'생활ESG'로 기후위기 극복

생활 속 여러 모임에서 구성원들과 토론해 각자의 방식대로 ESG를 실천하면 어떨까? 조기축구회 ESG, 산악회 ESG 등 '생활ESG' 활동을 통해 환경과 경제, 그리고 정치를 바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현명한 지구시민으로 살아보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