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멸종위기종을 기억하는 날이 되길 바라며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다. 볼에 스치는 따스한 봄기운이 기분을 들뜨게 하지만 과거와 사뭇 달라진 생물들의 위기 상황을 떠올리면 이내 마음이 무겁다. 미국 스탠퍼드대 폴 에를리히 교수팀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최소 543종의 육상 척추동물이 멸종했으며, 향후 20년간 비슷한 숫자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또한 세계자연기금은 지난 50년간 지구상 척추동물의 69%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멸종위기종뿐 아니라 주변에 흔했던 생물들 또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오늘날 생물이 감소하는 원인은 우리 인간에서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생생물과 다르게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서식지를 확장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서식지를 빼앗긴 생물들이 멸종위기를 맞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서식지의 파편화, 환경오염, 그리고 기후변화는 이 땅에 살아온 생물들에게는 가혹한 일상이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생활방식을 맞춰가는 생물들이 새롭게 적응하기에 지금의 환경변화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100년간 543종 육상 척추동물 멸종
누군가는 생물 몇종쯤 멸종하는 것이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도도새가 인간에 의해 멸종된 이후 모리셔스 섬의 카바리아 나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처럼 모든 생물은 공존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과거 우리 땅에 살았던 표범 독도강치 크낙새는 더이상 자연에서 보기 어려워졌지만 한때 사라졌던 반달가슴곰과 여우 따오기 황새 등은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조금씩 개체수를 회복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들 역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소중한 서식지를 여러 기관과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지켜낸 것이다. 양산에 있는 원동습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선제비꽃과 서울개발나물이 같은 장소에 서식하는 국내 유일의 서식지다.
도시에 인접해 사람들의 간섭으로 훼손될 우려가 있는 소중한 자생지를 보전하기 위해 기관과 시민들이 힘을 합쳤다. 국립생태원의 전문가들은 정밀조사를 거쳐 보전대책을 제시했고 양산시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면서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조만간 시민들은 잘 보전된 원동습지를 소유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심 증가는 더 많은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 사례로 이어질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종수를 기존 267종에서 282종으로 늘렸다. 멸종위기종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에 대한 관심과 복원 노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다. 도도새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과 복원 노력
매년 4월 1일은 '멸종위기종의 날'이다. 멸종위기종의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우리 모두가 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의 이름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멸종위기종의 날'을 달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순간이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