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조현천 구속영장 청구
구속전 피의자 심문, 빠르면 오늘 구속여부 결정 … 검찰, 신병 확보 후 내란음모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이 31일 오전부터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앞서 검찰은 조씨의 범죄 혐의가 무겁고 해외로 도피한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 구속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도 있다.
핵심 의혹인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내란음모 혐의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돼 신병을 확보하면 계엄령 검토 문건이 작성된 구체적 경위를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3개월 만인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약 42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 끝에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문건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TF가 작성한 문건에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해 계엄군을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사범 색출,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폐쇄, 언론 검열 등 구체적 계획까지 세웠다.
이 문건은 1년 동안 문서철 속에 있다가 정권 교체 이후인 2018년 3월 기무사 직원을 통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4개월 후에는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이후 시민단체가 조 전 사령관 등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고발한 이후 군과 검찰의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설치돼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고, 합수단이 수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여권무효화 조치까지 내려졌으나 도피는 이어졌다.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한 합수단은 2018년 11월 계엄 문건의 목적과 지시자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또 조 전 사령관과 내란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장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참고인 중지 처분하고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조 전 사령관은 체포 후 취재진에 "계엄 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의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사령관 지시로 허위 문건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3처장은 지난달 16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