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브라질 진출 … 인도네시아·베트남과 결제 계약

2023-04-04 11:30:32 게재

러시아와는 무역 2/3 이상 위안화·루블화로 결제

"탈달러화, 달러 중심 결제 시스템에 균열 드러내"

중국이 미국 달러 패권 아성에 도전하며 위안화 사용 범위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로 발을 넓혔다.
미국 성조기와 달러, 중국 오성홍기와 위안화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브라질이 지난 2월 위안화 무역 결제 및 투자를 위한 중앙은행간 합의를 맺고, 지난주 위안화 결제은행 지정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해당하는 중국의 초국경 은행간 결제 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에 대한 접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게 브라질은 10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으로, 철광석과 콩의 주요 공급국가다.

이 매체는 중국이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 결제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달러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재정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브라질의 위안화 표시 외환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의 5.3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유로 자산을 제치고 두번째로 큰 자산이 됐다. 브라질의 미국 달러 자산은 2018년 89.93%에서 2022년 말 80.24%로 감소했고 위안화는 4년 전 외환보유고에 포함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애널리스트 황야둥과 장원랑은 중국 투자은행 중국국제캐피탈과 공동으로 낸 조사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이러한 탈달러화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시스템에 균열이 생긴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포함된 국가들에 대한 해외 투자, 중동 국가들과의 에너지 무역, 그리고 디지털 통화를 위한 국경간 결제에 위안화가 더 많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달러 체제에서 쫓겨난 중국의 9대 교역국 러시아는 이미 외환보유액과 국가 기금에서 위안화 보유액을 크게 늘렸고, 양국 무역의 2/3 이상이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되고 있다. 황야둥과 장원랑은 "이는 미국 달러의 국제적 지위가 궁극적으로 경제적 지위와 일치할 것이라는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위안화는 전 세계 결제액의 2.19%, 전 세계 외환 거래의 3.5%, 중앙은행이 보유한 준비금의 2.69%,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 통화 바스켓의 12.28%에 불과하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나 유로에 비해 환전이 어렵고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엄격한 자본통제를 시행하고 있어 해외 확장이 제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세계 경제의 약 18%를 차지하는 최대의 상품 수출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위안화 표시 무역 결제 및 투자가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위안화 상품 무역 결제액은 약 7조9200억위안(약 1510조원)으로 전년 대비 37.3% 증가했다. 직접 투자 관련 위안화 결제액은 2022년 6조76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동 국가들과의 양자 원유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이라크는 지난 2월 위안화 무역 결제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표했고, 지난주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해양석유공사는 상하이석유천연가스거래소가 중개한 액화천연가스 거래에서 프랑스의 토탈 에너지에 위안화로 결제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페트로 달러'에 잠재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중국은 또 최대 교역국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과 더 많은 현지 통화 무역 및 금융 거래 촉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과는 이미 현지 통화 결제 계약을 체결했다.

베이징대 교수이자 전 중앙은행 고문인 황이핑은 신흥 시장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통화의 불일치라면서 신흥 국가들은 자국 통화 자산으로 충당하는 미국 달러 부채를 많이 쌓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이핑은 지난주 아시아를 위한 보아오포럼 사이드라인에서 "시장 공황이 발생해 그 국가들의 통화가 빠르게 평가절하되면 미국 달러 부채를 상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기조 보고서에서 질서 있게 위안화를 더욱 국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국경간 결제, 송금,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의 3500억위안(약 66조원)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국가(또는 지역)와 위안화 유동성을 제공하는 메커니즘인 양자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그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4조위안(약 760조원)을 넘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29개 국가(지역)에서 위안화 결제은행 31곳을 인가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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