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개의 전쟁과 그린대전환
두개의 전쟁이 그린대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그린보조금 전쟁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촉발된 그린 보조금 전쟁은 당초 예측의 3배에 달하는 1조2000억달러의 지원효과 및 3조달러에 해당하는 민간투자 촉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분석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두 요소가 그린대전환을 당초보다 10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그린보조금 전쟁
그린대전환 추세는 통상 부문에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올해 10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할 유럽연합(EU) 국경조정메카니즘(CBAM)의 파고를 잘 넘어야 한다. 글로벌통상시스템에 탄소가격을 매겨야한다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해왔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기에 EU에 수출하는 경쟁대상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 EU입장에서도 역외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과 같은 중요한 파트너와 조화될 수 있는 조정시스템을 첫 협력모델로 만드는 것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다.
둘째, 미국이 주도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국이 참여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협상은 전통적 FTA에서 다루지 못했던 청정경제(clean economy)의 새로운 규범과 협력메카니즘 형성을 최초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IPEF 국가들 중 우리는 탄소중립 레이스의 상위그룹에 속하므로,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미들파워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역내 탄소중립 확산을 위한 협력시스템 구축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새로이 발표된 국가탄소중립계획상 전체감축의 11.5%를 담당할 국외감축을 위해서 우리가 구축해 놓은 광범위한 통상 FTA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IPEF에서 탄소중립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듯, 우리가 59개국과 깔아놓은 FTA 및 향후 진행할 협상을 통해 우리기업들이 해외에서 원자력 풍력 에너지효율 등 다양한 국외감축사업을 수행하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역발상 필요
대서양에서 역대급 녹색태풍이 불면서, 향후 글로벌 그린패권을 좌우할 거대한 판이 새롭게 짜여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태풍 전야의 평온함에 취해 글로벌 그린 레이스에서 영영 뒤쳐질까 우려된다.
국내에서도 그린에너지 대전환의 첫걸음은 가격시그널의 정상화다. 산업화시대의 강점이었던 값싼 전기요금 가격구조로는 더 이상 안된다. 현재 유럽의 그린 에너지 전환이 모멘텀을 받는 것도 푸틴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에너지가격이 치솟으면서 과감한 정책, 혁신적 신기술, 소비자 절약이 삼위일체를 이룬 탓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를 거치며 우리 산업은 존폐의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반전시켰다. 지금 세계최고의 에너지효율, 친환경기술로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Made in Korea 냉장고와 세탁기, 친환경선박 등은 그 위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 산업과 통상의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역발상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