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비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유통정책
코로나라는 큰 파도를 겪으며 한국의 유통채널은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었다. 온라인과 편의점의 급격한 성장, 헬스앤뷰티(H&B, Health & Beauty)채널의 독주와 철수, 체인형 유통채널의 지속적인 부진, 식자재채널의 틈새공략, 개인슈퍼의 다변화 시도, 전통시장의 브랜딩화 등 각 채널마다 진화와 부침을 겪어왔다.
닐슨아이큐코리아(NIQ)가 측정하는 소비재 카테고리 내에서 2022년 한해 온라인 비중은 이미 37%의 점유율을 가진 가장 큰 소비재 판매채널로 성장했다. 비식품 그로서리의 판매액 비중은 55%에 육박했다.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온라인은 2021년 대비 16% 성장해 어느 채널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 또한 오프라인 채널중에서 소비재 판매액 비중이 28%로 대형마트 비중 26%를 넘어섰다. 채널특성상 판매비중이 높은 식품보다 비식품의 성장세가 더 높은 것은 편의점이 이제는 일상생활 속 주 구매 채널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치열한 상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으로 핵심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꾸준히 다져온 노력이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되었고, 이 모멘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채널 안팎으로 소비자들을 열심히 관찰하면서 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했던 도전들의 성공과 실패의 결과라고 본다.
코로나19 이후 유통채널 큰 변화
이에 반해 대형마트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잃어가는 채널이다. 대형마트의 부진이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첫 10년 동안은 가성비 있게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새로운 쇼핑 체험의 장소로, 그 다음 10년은 가족이 함께 쇼핑하며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나들이 장소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옴니채널, 대형복합몰, 근거리 장보기 버티컬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차별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규제와 더불어 어려움이 가속화했다. 이를 타개하고자 지난 몇년 간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새로운 포맷 소개와 리뉴얼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전만큼의 점유율을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본인의 필요와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소비를 할 뿐 채널구분이나 채널로열티는 없기에 각 채널들이 소비자의 주머니 비중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도 진화되어야 한다.
전통시장은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컨텐츠가 있고, 작은 동네 슈퍼들 또한 단골을 만드는 차별화 전략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채널들의 강점과 특성을 무시하고 유지되는 현재의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유통의 본질인 자연스러운 흐름에도, 소비자의 선택권에도 모두 부합하지 않는다.
불황과 인플레이션으로 어느 때보다 가격 민감도가 높고, 모든 오프라인 채널의 방문빈도가 줄어드는 상황에 특정채널 영업규제가 아닌 각 채널의 특성을 살려 소비가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통 전체의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기다.
유통 전체 발전방안 함께 모색해야
구매채널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자유로울 때 생태계의 성장과 쇠퇴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이로 인해 그 생태계는 진화하거나 혁신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