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중남미의 전략적 가치

2023-04-14 16:07:34 게재
신숭철 한·중남미협회 명예회장

중남미가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은 날로 개선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필자가 지난 2월 초 첨단교실 개소식 참석을 위해 콜롬비아를 방문했을 때 콜롬비아 교육부 관계자는 "첨단교실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의 중남미에 대한 자세는 어떠한가? 중남미와의 협력 중요성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적극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의 미래는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고에 대응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데 달려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잘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중남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구의 15% 면적에 세계 인구의 8.4%에 해당하는 6억5000만명을 가진 거대한 대륙임은 주지하는 바이지만 앞으로 중남미가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훨씬 대단하다.

중남미 대한국 무역비중 일본과 맞먹는 수준

첫째, 교역 상대로서의 전략적 가치다. 2021년 중남미의 대한국 무역비중은 2.2%로 일본과 맞먹는 수준이다. 2010년에 한국의 무역에서 중남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르렀으나 2021년도에는 4.1%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2년도에는 양측간 교역이 59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회복중이다. 우리가 타개해야 할 과제인 무역 상대국의 편중과 무역적자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중남미와의 교역 확대가 더욱 요구된다.

둘째, 투자지역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다. 한국의 중남미 투자는 2015년에 전체 해외투자액의 7.8%인 약 23억6000만달러에 달해 정점에 도달했지만 이후 2020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는 투자가 20억달러로 급증해 타 지역에 대한 한국의 해외투자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우리는 글로벌가치사슬(GVC)의 재편에 따라 중남미가 가질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가치다.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은 코로나19 이후의 핵심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중남미는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디지털화를 선택했다. 중남미가 가지고 있는 우리의 디지털 분야 혁신 노력에 대한 높은 평가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넷째, 인프라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가치다.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성장에 비해 인프라가 낙후돼있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녹색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교통(도로 항만 공항 등), 에너지, 상하수도 및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우리의 참여기회는 많아졌다.

다섯째,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전략적 가치다. 중남미에는 석유 구리 리튬 니켈 실리콘 희토류 등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돼 있다. 이러한 자원은 우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태양광 패널, 배터리 및 전기자동차 생산과 같은 분야에 핵심 소재로 긴요하다. 또한 중남미는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에너지 매트릭스를 보유한 지역 중의 하나로 수소와 같은 무공해 연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여섯째, 식량안보를 위한 전략적 가치다. 중남미는 전세계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식품 및 농산물 순 수출지역이다. 또한 상당한 미개척 농경지와 담수자원이 있는 가장 생산적인 지역 중 하나다. 따라서 중남미는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식량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지역이다.

FTA 확대하고 개발 협력 통한 신뢰 구축

중남미가 가진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의 협력이 긴요하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개발협력을 통한 상호신뢰 구축이 더욱 요구된다. 중남미지역에 대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무상과 유상을 합쳐 총 19억달러(ODA의 9.8%)에 달하는데 이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중남미재단 설립을 통한 제도적 정비도 요구된다.

우리에게 '먼 나라'는 없다. 오늘날 중국은 물론 일본,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국가, 인도 등 많은 나라들이 중남미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경쟁 구도에서 결코 후발주자가 되어서는 안되며 중남미와 함께 미래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