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형마트 규제, 이제는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
2012년부터 시행중인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의무휴일 규제에 관한 갑론을박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12일 일요일부터 대구시에서는 60여곳 대형매장이 일요일 영업을 재개했다. 지자체장이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는 규제개혁을 통해 일요일 의무휴업을 평일로 변경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와 일부 단체 등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대구시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향후 일정기간 보다 많은 지자체들이 일요 휴무를 평일 휴무로 전환도 해보고 영업시간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해 보아야 한다.
'골목상권 활성화' 목표 달성 실패
첫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목표달성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기회비용을 고려해 본다면 지역상권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해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정책 효과가 마이너스인 상권들이 많다.
대형마트 규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점포가 일요일 휴무를 한다면 그 매장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소비자가 해당상권에 위치한 전통시장과 골목매장을 대신 찾을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한다.
상권이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최근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쿠팡 네이버 쓱닷컴과 같은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해 전체 소매매출의 40%을 차지하고 있다. 12년 전 오프라인 쇼핑이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했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가설이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둘째, 대형마트에 대한 일요일 강제 휴무는 소비자 선택권을 명백하게 제한하는 일이다. 쇼핑이란 매일 소비자가 매장 또는 상품에 투표하는 일종의 투표행위다. 소매업을 공급자 입장에서 대형점과 소형점으로 구분해 대형점 희생으로 소매점의 매출을 견인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당지역에서 전통시장, 골목상권 상인들을 포함한 소비자들을 논의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지역별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형점포 일요휴무제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 지역 상권별로 현지 소비자가 동의하는 휴무일과 영업시간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경쟁아닌 보완관계, 동거동락의 운명
셋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의 유효기간은 종료됐다고 본다. 지난 11년 간 한국소매시장은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이커머스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고, 이를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의 순으로 오프라인 소매업태가 추격하는 시장이다. 11년 전 대형마트가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소매업은 업체간 경쟁은 물론 업태간 경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복합 경쟁산업이며 리테일테크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이제 경쟁이 아니라 보완관계로 변화해 동고동락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일요일 대형점이 휴업하면 해당지역 상권 교통량이 줄면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활력도 동시에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가 뉴노멀인 쇼핑환경이다. 지방경제와 소비활성화를 위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