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중요한 것은 데이터 개방이다

2023-04-20 10:53:46 게재
3년 전 이맘때 대한민국은 마스크 대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 공포가 급속하게 퍼지면서 하찮게 여겼던 마스크가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 됐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한장이라도 더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장사진을 쳤다. 이 때문에 당시 정부의 최대 과제는 마스크를 전국민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일이었다. 마스크 대란이 끝난 뒤에는 백신접종을 놓고 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면서도 효율적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가 전 국민의 관심이었다.

이같은 혼란과 과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데이터다.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개방했고, 인터넷포털과 건강정보 앱 회사들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마스크와 백신이 어느 약국과 병원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 행정정보화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 데이터와 민간 서비스가 어우러진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국가로 평가받았다.

뜬금없이 마스크 대란을 떠올린 것은 14일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이 성과를 냈으면 해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는 국민 맞춤형 서비스 정부를 가리킨다.

국세는 홈택스, 지방세 위택스, 복지신청은 복지로 등 각각의 공식 사이트를 외우고 찾아다닐 필요 없이, 한곳에서 하나의 ID로 모든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범정부 통합서비스 창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혜택을 몰라서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정책 실현을 위해 민간과 공공의 다양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과거의 전자정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장담했다.

발표대로라면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앞으로 하겠다는 계획과 수준 차이는 있지만 이미 '정부24'라는 앱에는 정부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에 대한 정보가 있다. 하지만 정부24 앱을 사용하는 사람, 아니 알고 있는 사람조차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의도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이 가까이서 쉽게 접할 수 없어 효과가 없는 정책이나 서비스 사례는 무수히 많다.

공적마스크 공급과 백신접종 경험을 최대한 살려 성공적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실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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