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소비자물가 다시 반등
전년 대비 2.7% 올라 … 인플레 상승 우려 ‘고개’
12월 FOMC 금리 인하 이후 내년 속도 늦출 듯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멈추고 다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2.4%로 둔화했다가 지난 10월 2.6%로 오른 데 이어 11월에도 2.7% 상승하며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7~10월 4개월간 0.2%를 나타내다가 11월에는 0.3%로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로 10월 상승률과 같았다. 전월 대비 근원지수 상승률 또한 0.3%로, 8월 이후 4개월째 같은 수치를 이어갔다. 이는 최근 4개월간 근원물가 상승률 흐름이 연율 환산 시 미 연방준비제도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 가격이 전월 대비 0.3% 올라 전체 물가지수 상승의 40%에 기여했다. 식료품 가격도 전월 대비 0.4%, 신차는 0.6%, 중고차는 2.0% 올라 11월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서비스물가 상승폭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과 함께 서비스 부분에서 호텔 등 숙박료가 11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확대시켰다. 시장이 주목하는 서비스물가의 경우 전월 대비 기준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서비스물가 상승폭은 추세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월가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온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물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정체하고 미국 경제도 소비를 중심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연준이 내년 이후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오는 12월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임대료 상승률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임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와 BMO캐피탈마켓은 “최근 일부 항목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였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주택과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세 둔화를 고려하면 향후 연준이 점진적 금리인하를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은 이날 12월 연준이 금리를 0.25%p 인하할 확률을 94.9%로 제시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끈적거리는 모습이 재차 확인되면서 사실상 물가 둔화세는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12월 미 연준의 추가 금리는 확실하지만 금리속도 조절론도 강하게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호한 미국 경제를 바탕으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는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은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공식 취임과 더불어 본격화될 관세 등 각종 정책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박 연구원은 “미 경제 호조 및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격 과열 리스크 등은 내년 미 연준의 금리인하 폭을 당초 예상보다 축소시킬 여지가 있다”며 “금리인하도 연속적 인하 기조를 유지하기보다 동결과 인하가 반복되는 징검다리 인하 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