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교전원보다 현장실습 확대가 먼저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노량진 학원가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엔 확진자가 1명만 발생해도 해당 건물을 폐쇄해야 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그러자 노량진 학원가의 취준생이 "교원 임용시험 일정을 연기해 달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했다. 교원 임용고시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웃픈' 일이었다.
대졸자들이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러 노량진으로 달려가는 현상은 우리나라 교원양성 시스템의 실패를 자인하는 증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 교직 매력이 시들해지고 노량진 '컵밥' 매출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학원은 망하지 않는다. 대체 누가 청춘을 노량진으로 내모는 걸까.
결국은 대학교수 아닌가. 임용고시 문제는 교수가 낸다. 문제를 출제하면서 대학 공부는 맹탕으로 만들고 학원으로 떠미는 거나 다름없다. 변별력 때문이라는 해명은 궁색하다. 교원 임용의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초·중·고생이 넘칠 때나, 연간 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진 지금이나 '노량진 현상'은 건재하니 말이다.
'노량진 현상'은 교원양성 실패 자인한 증거
교육대부터 보자. 서울·부산·대구의 전철역 이름을 보면 서울교대역·부산교대역·대구교대역이 아니다. 그냥 교대역이다. 전세계에서 교대 전철역이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졸업=임용' 호시절에 교대는 자만했고 태만했다. 세상은 휙휙 바뀌는데 눈을 감았다. 전국 교대의 입학 정원은 3847명이다. 2012년 이후 그대로다. 교대의 특수성은 온 국민이 다 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교대와 사범대 통합은 현실적인 담론이다. 교대를 다른 국립대 사범대와 통합해 교대생도 다른 전공 교육과정을 폭넓게 접하도록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충북대와 청주교대, 충남대와 공주교대, 경북대와 대구교대, 전북대와 전주교대를 통합 운영하는 식이다. 학생 급감시대에 시너지 방안이 필요하다. 교대 교수들은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입직하는 젊은 교수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교대별로 100명 정도의 교수가 다양한 세상 변화를 감당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갈 예비교원들의 안목을 넓혀줘야 한다.
중등교원 양성체제는 변화가 더 절실하다. 전국 대학의 사범대는 46개, 일반대 교육과는 15개, 일반대 교직과정은 148개, 교육대학원은 108개가 있다. 여기서 연간 2만장의 중등교사 자격증이 쏟아진다. 그런데 공립학교엔 연간 4000명만 임용된다. 노량진 임용고시 낭인의 원인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것은 대학의 몰염치이자 교육부의 직무유기다.
교원양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카드를 꺼냈던 배경인지도 모른다. 이 장관은 교단을 쉽게 봤다. 싱가포르나 핀란드처럼 우리도 '석사' 교사로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실을 간과했다. 교전원은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처럼 졸업 후 급여 등 가성비가 떨어진다. 더구나 교전원을 시범운영하면 교원자격증은 어떤 근거로 발급하나. 현행법상 위헌이다.
새로 입직할 MZ세대의 전문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디지털 적응력이 뛰어나고 실력도 탄탄하다. 다만 교단경험이 적을 뿐이다. 따라서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4주간 교생실습이 교단 경험의 전부다. 교원양성 기관이 난립하다 보니 교생실습을 할 학교를 찾지 못해 해마다 난리다. 교원양성 기관을 재정리하고 교생실습을 외국처럼 6개월 이상 실시하는 게 합리적이다. 가르쳐 보는 것이 곧 전문성이고 실력이다.
교전원보다 시급한 건 중장년 교원 재교육
더 중요한 포인트는 중장년 교원의 재교육이다.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AI 맞춤형 교육을 한다지만 대체 누가 가르치나. AI 챗봇이 뭔지도 모르는 교사가 적지 않다. 교사들을 만나보니 정말 그랬고 의지도 약했다.
교사 정년은 만 62세다. 교사들의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갈수록 심화한다. 젊은 교사들의 '티칭 스킬(teaching skill)'이 문제가 아니라 중장년 교사들의 '독수리 타법'이 더 문제다. 수십 년 째 4주 실습으로 고착화한 교생실습과 중장년 교사들의 디지털 교육도 제대로 못하면서 교전원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교육부가 불신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