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 되는 '녹색', 지구를 살리고 기업도 살린다

2023-04-25 11:01:00 게재
최흥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환경 분야 최대과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이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정책적으로 녹색금융, 즉 기후·환경 요인을 고려한 금융을 도입하는 중이다. 2018년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 행동계획, 2019년 영국 녹색금융전략 등이 그 사례들이다.

녹색금융 가운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녹색채권이다. 녹색채권은 유럽투자은행과 세계은행이 2007년 처음 발행했다. 이후 2022년까지 세계적으로 2조3000억달러(약 3000조원)가 발행됐다. 이와 함께 녹색채권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그에 걸맞지 않은, 무늬만 녹색인 위장행위 즉 '그린워싱'도 확산됐다.

녹색채권이 투자자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발행 기업과 채권시장, 금융정책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녹색금융을 확대하되 녹색 위장을 막고 시장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녹색채권 기준 마련

EU는 올해 3월 초 국제자본시장협회의 녹색채권 원칙보다 엄격한 EU녹색채권을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연내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EU녹색분류체계 규정의 녹색경제활동 목록에 포함되면서 하위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녹색채권' 명칭을 쓸 수 있다. 또 발행사는 조달된 자금의 최소 85%를 녹색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3월 말에는 근거없이 친환경을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친환경 표시 지침도 공개했다. 아직 초안이지만 지침이 발효되면 회원국들은 2년 내 자국 법에 반영해야 한다. 경영활동 채권발행 제품광고 등 전방위적으로 녹색 위장행위를 퇴출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형 녹색채권 기준을 도입했다. 전문기관의 객관적 판정을 통해 녹색 위장행위를 배제하고 사후검토까지 의무화해 채권의 녹색 신뢰도를 높였다. 대기업은 사업기획 과정에서 환경요소를 별도로 관리한 경험과 역량이 있어 녹색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을 시도할 만하다. 반면 중소기업은 관리역량과 신용정보가 부족해 녹색금융을 활용하기가 어렵다. 이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출 방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발행이 가능한 중견기업 대기업 공기업에게는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 일부를 지원해 총 3조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을 목표로 한다. 참여 기업의 녹색사업 추진에 따른 금융부담을 줄여 시장에서 녹색금융이 활성화되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있으나 아직 신용도가 낮아 단독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는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때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줄여준다. 이를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의 녹색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신용을 보강할 수 있는 장치다. 이 자금은 수소 또는 전기버스 도입, 토양·지하수 정화 사업, 저탄소 비료생산 등 다양한 녹색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산유동화 방식 자금 조달 지원

이런 정책지원은 기업이 녹색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마중물이다. 관심 있는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지금이 환경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