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지정학 긴장에 아세안이 웃는다

2023-04-25 11:05:41 게재

미국, 대중국 수입 비중 감소 … 반사효과로 동남아시아국가 점유율 늘어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갈등이 세계 무역구조를 재구성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였고, 대신 동남아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을 늘리고 있다.


24일 블룸버그는 미중 양국이 지난 1년간 꾸준히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왔다면서 세계 경제 위축이 주된 요인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발생했던 수요 붐이 역전되면서 컨테이너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10대 컨테이너 운송업체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 CEO 제레미 닉슨은 한 포럼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이 디레버리징(축소)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대폰에서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상품 컨테이너의 점유율이 지난 1년 동안 약 10%p 감소했으며 미국은 유럽을 포함한 다른 무역 파트너들과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지정학적 문제로 미중간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둔화는 미국이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더 많은 것을 수입한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들이 중국 밖으로 공장을 계속 이전하면서 지난해 아시아 14개 저비용 국가 및 지역 중 미국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줄었다.

◆아시아 14개국 중 중국 대미 수출 비중 감소 = 24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미국 컨설팅회사 커니의 연례 리쇼어링 지수(Kearney Reshoring Index) 보고서를 인용해 2022년 중국 본토 및 홍콩이 14개 아시아 저비용 국가 및 지역 중에서 미국 공산품 수입의 50.7%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1년 53.5%보다 감소한 수치이며 2013년부터 시작된 하향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14개 아시아 저비용 국가 및 지역은 중국 본토, 홍콩, 대만,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캄보디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아시아 14개 저비용 국가 및 지역 공산품 수입액은 2022년 전년 대비 11% 증가해 1조달러가 넘었지만 중국의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중국 본토 및 홍콩이 가지고 있던 지분은 베트남, 인도, 대만, 태국이 가져갔다.

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관세, 지정학적 긴장 및 중국 정부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경색 등의 우려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조정하고 공장을 이전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애플과 삼성전자 등 가전제품 회사들이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공장을 이전하고 베트남과 인도로 확장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저비용 국가 및 지역들은 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자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인센티브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에버브라이트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상위 200개 공급업체 중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기업은 2018년 17개에서 2020년 23개로 늘었다. 의류 및 섬유 산업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인건비 증가, 공급망 병목 현상 및 사회적 우려로 인해 중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캄보디아·태국·베트남·인도 등 수혜 = 중국 제조업 엑소더스는 캄보디아 등 산업화가 덜 된 일부 국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캄보디아 당국은 향후 3년 동안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캄보디아의 대미 전자제품 수출은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캄보디아는 태국, 베트남, 인도와 함께 중국 반도체 공장 이전으로 수혜를 보는 국가 중 하나다.

일부 회사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부피가 큰 제품의 물류·운송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멕시코와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 조립이 멕시코에서 점점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것이 기업들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조사된 기업의 80% 이상이 향후 3년 내에 제조업 운영의 일부를 미국으로 다시 이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전기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지원법으로 인센티브를 받는 업종에 포함된다.

하지만 화학회사들, 특히 기초 화학물질과 관련된 회사들은 환경과 비용 문제로 인해 서구 국가로 돌아오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이탈했던 화학산업은 다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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