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책무 저버려" vs "방임 없었다"
헌재,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 치열 전망
증인채택 여부 따라 결론 늦어질 수도
'이태원 참사' 대응 문제로 탄핵심판을 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변론기일이 오늘 열리는 가운데 참사에 대한 책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이 장관이 헌법상 책무를 저버렸다며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 장관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으며 설령 법 위반이 있었더라도 일부러 방임한 것은 아닌 만큼 탄핵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결정되는 증인채택 및 현장검증 여부에 따라 탄핵심판 결론 시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9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심판 1회 변론기일을 연다.
이날 변론에는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이 각각 소추위원과 피청구인 자격으로 직접 참석한다.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은 10·29 이태원 참사를 전후해 이 장관이 △재난 예방조치 의무를 지켰는지 △사후 재난 대응 조치는 적절했는지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지켰는지로 압축된다. 또 △대응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면 장관을 파면할 정도인지도 쟁점이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헌법상 책무를 저버렸고 선출직 공직자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직무수행의 공익이 크지 않아 파면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태원 참사가 매우 좁은 골목에서 발생했고 관련 신고도 계속됐기 때문에 재난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앞서 변론 준비기일에서 장관으로서 역할을 다했고 법 위반이 있더라도 직무를 일부러 방임한 것이 아니어서 탄핵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참사 결과가 참혹하지만 사후적 관점에서 행안부 장관에게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정치적 추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이날 이태원 참사 수사기록 등을 살핀 뒤 행안부 실국장,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족 등 국회측이 요구한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결정한다. 이태원 참사 현장검증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측은 증인신문 등 충분한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장관측은 신속한 심리로 직무 정지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헌재의 판단 자체는 물론이고 언제 결론을 낼 것인가도 관건이다. 이날 헌재의 증인 채택과 현장 검증 여부에 따라 장관 공석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은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장관 탄핵 소추의결서는 지난 2월 9일 헌재에 접수돼 이미 3개월이 지난 데다 이 장관의 직무 정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80일 규정'은 훈시규정이라 반드시 기한 내에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부처 장관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재는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헌재는 63일 만에 기각 결론을 내렸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91일 만에 인용(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이런 사례에 비춰 행안부 일각에서는 헌재 결정이 5월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빨라야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이 취임하면서 새로 갖춰진 9인 체제는 오는 11월 유남석 소장 퇴임 때까지 이어진다. 헌재가 소장 퇴임 전 임기 중 주요 사건으로 꼽혀왔던 현안 사건 선고를 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적어도 유 소장 임기 내에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18일 이 장관의 탄핵 사건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에 장관 파면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의 진실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 참사 당일의 긴박한 상황이 담겨 있었을 재난안전통신망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3개월 후 자동 폐기되는 것을 묵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있는 행안부가 재난안전통신망 기록 폐기를 방치한 것은 가해자로서 스스로 증거를 은폐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시스템 용량 때문에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및 사용에 관한 규정'에 따라 통신 기록은 3개월간 저장 후 자동 삭제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태원 참사 당시 기록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백업해 보관했으며 녹취록 형태로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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