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추모 분위기가 절정을 이뤘다. 전야제가 열린 광주 금남로는 추모 인파로 가득 찼고, 광주 곳곳에서 주먹밥 나눔 행사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43년 전 계엄군에 맞서 지켜낸 대동세상이 추모 분위기로 재현됐다.

17일 오후 6시 광주 금남로 일대는 전야제를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태극기와 만장 등을 앞세운 풍물행진이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 도착하자 추모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라는 주제로 열린 5.18 전야제는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열렸고, 시민 등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전야제는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라는 하나의 총체극으로 진행됐고, 판소리와 풍물패 등 다양한 공연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선 1980년 5월 가두행진을 재현한 민주평화대행진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유가족 모임인 오월 어머니회는 대동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에게 나눠줬다.

전야제에 참석한 김현아(55)씨는 "코로나19 이후 전야제 행사에 처음 나왔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시민들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숙연해졌다"고 말했다.

전야제에 앞서 열린 오월시민난장에선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월의 미래 모임 난장'을 포함한 30여개 난장이 설치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전야제 행사에 참여한 이태원참사 광주·전남 유가족들은 대통령 공식 사과와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했고, 광주 세월호 시민상주모임은 세월호 리본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했다.

광주 전역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1980년 5월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이 있었던 동구 주남마을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주남마을에선 1980년 5월 23일 제11공수여단 소속 계엄군이 마을을 지나가던 미니버스에 총격을 가해 승객 1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5.18 사적지인 양동전통시장에선 상인과 초등학생이 참여한 주먹밥 체험이 열렸다. 또 광산구에선 평화와 희망을 기원하는 오월국제교류음악회가 열렸다. 이 밖에도 광주 일곡동 등에서도 주먹밥 나눔 행사가 열렸다.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추모객 발길이 이어졌다.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이곳을 찾아 참배했다. 17일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14만2173명이 참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만6307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참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5.18민주항쟁에 크게 빚졌다"면서 "국민들이 오늘날 이만큼의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도 5.18민주항쟁의 정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밝혔다.

참배에 나선 여야 정치인들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공식 제안했다.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5.18뿐만 아니라 다른 민주화운동과 역사 모두 헌법 전문에 기록될 가치가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5.18 43주년"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