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도 쓸쓸한 죽음 맞이하지 않는 사회
소중한 생명이 홀로 외롭게 생을 마감했다는 고독사 소식이 사회 곳곳에서 들려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극단적 선택·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하루 평균 9.3명 외부와 단절된 채 고독사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7년 2412명에서 2021년 3378명으로 불과 4년 만에 40% 정도가 증가했다. 하루 평균 9.3명이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연령대도 고령층뿐만 아니라 중장년, 청년까지 폭넓게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인간관계 단절, 경제력 약화 등 개인의 고립을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고독사는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일상의 문제가 되었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일찍이 고립과 고독을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이를 전담하는 장관직을 만들어 국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 4월부터 고독사 예방법을 시행했으며,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고독사 예방법 개정안을 다루고 있다.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각종 고독사 예방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매년 고독사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는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첫 고독사 예방법 기본계획(2023년~2027년)을 발표했다.
중앙부처-지자체-유관기관간 체계적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발굴부터 지원, 모니터링까지 고독사 예방·관리의 전 단계를 포괄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우리 구는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의 61%에 달한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촘촘한 위기가구 발굴과 적극적인 사회관계망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우리동네돌봄단, 이웃살피미 등 복지공동체와 함께 고독사 위험 가구를 사전에 발굴하기 위한 상시 보호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Iot, AI 등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사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21개 전 동에서 동별 특성에 맞는 사회적 관계망 사업을 개발하여 실행 중이다.
인적·물적 안전망 최대한 발휘
고립의 원인과 대상이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정책을 새롭게 점검하고 고독사에 대한 문제의식과 예방에 대해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지난 1월부터는 민·관 협업으로 '관악 생명사랑 TF팀'을 구성해 구 특성을 살린 고독사 예방사업 추가 발굴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원인별 분석과 지역 맞춤형 정책 발굴, 산재한 사업의 통합 및 확대, 전문인력 확충, 예산 확보 등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의미있는 한 발을 내딛는 중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 대책을 발표한 영국과 일본이 일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보면 행정과 지역사회가 법과 제도에 발맞춰 유기적인 협력으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발휘할 때 쓸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는 "슬픔을 나눌 동료가 있고 함께 견딜 친구가 있다면 마음은 많은 고통을 쉽게 극복해 낼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누구도 치열한 삶의 마지막을 홀로 외롭게 마무리하지 않도록 나누고 견디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