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디치 효과, 위기 청소년 지키는 사회적 마중물
'레이블링(Labelling)' 혹은 '명칭 붙이기' 효과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일부 학생에게 '학습장애'라는 명칭을 붙여 추가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이들 스스로가 자신이 공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레이블링'은 특정 상황에서 유익할 수 있지만 개인의 발전과 변화를 경시하고 집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소위 '위기 청소년' 중에서 '문제아'라는 의미만 강하게 드러내는 '학교 중퇴' 혹은 '가출 청소년'이라는 낙인을 피하고자 '학교밖 청소년' '가정밖 청소년'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레이블링과 더불어 이들에게 보다 유의미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근래 들어 한 개인의 뛰어난 역량만이 아닌 사회적 창의성(societal creativity)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갈릴레이를 비롯한 당시의 조각가 과학자 철학자 등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덕분에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 학자들은 교류를 통해 새로운 발상을 얻거나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피렌체 도시 전체가 창의 르네상스를 이룩하게 되었다는 메디치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사회공동체의 나눔 집단지성 중요
'가정밖 청소년' '학교밖 청소년'이라는 신중한 레이블링에 발맞추어 실질적 나눔과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의 나눔 집단지성의 출현이 요청된다.
이런 면에서 지난달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기업정신협의회(ERT) 기업인들이 '제2차 다함께 나눔프로젝트'를 통해 여성가족부와 함께 위기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후원을 하기로 한 소식은 더욱 반갑게 들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크게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우울증·불안장애로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이 2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과 정부의 협업으로 고립·단절로 인해 우울증·불안장애를 겪는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할 수 있는 '찾아가는 마음건강 지킴이 버스'가 운행되고 취업 지원 인턴십, 행복도시락 운영 패키지 같은 실질적인 지원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후원단이 출범해 일반인 멘토들의 참여를 넓히는 정책 또한 뒤따르게 될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창의적 해법을 제시한 기업인들의 모임(ERT)의 이와 같은 '나눔 메디치 효과'가 위기 청소년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이끌 것이라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장 기대
올 5월은 60번째 맞이하는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성장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낮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리비히의 최소 법칙을 다시 생각해본다. 위기 청소년의 최소한의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나눔과 지원의 마중물은 우리 공동체가 성장하기 위한 주춧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