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념·파벌외교 끝내고 실리 추구해야

2023-05-30 10:59:53 게재
전수미 변호사, 사단법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은 심리적 G8 국가 반열에 올랐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G7 참여를 추켜올렸다. 그러나 지난번 한미정상회담 직후 '사실상 핵공유'라는 표현으로 미국에 퇴짜를 맞은 윤석열정부다. 저렇게 자평을 해야만 했다면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따라 통크게 '심리적 G2'라고 하는게 낫지 않았겠나 싶다.

G7에 초대받았다고 G8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면, 이번에 윤 대통령의 대한민국과 함께 초청받은 호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코모로 쿡제도 모두 '심리적 G8'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업데이트 한 G7 공식 사진집을 보면 G7 정상들 사진만 있고 초청국 정상 사진은 없다. 초청국인 대한민국이 어떠한 위치와 취급을 받는지 확연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G8'급이라던가, 그것도 '심리적 G8'이라고 자찬하는 것은 한편의 코미디 같다.

특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바흐무트가 러시아군에 의해 함락되어가는 도중에도 G7에 참석해 유럽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마치 승전 장군처럼 G7에 나타나서 온갖 지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거기에 발맞춰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며 들러리 서려고 한다.

'디리스킹' 강조한 G7 공동성명 메시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동맹국과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난감해 하는 상태다.

중국은 G7의 자국압박 공동성명에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했고, 러시아는 G7 정상회의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일본에 불러 반러시아·반중국 선동쇼를 했다며 항의 중이다.

미국 외교계의 원로인 헨리 키신저는 미중 관계의 기본은 공존이라며 제로섬의 패권경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제거)'을 강조해왔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이번 G7 공동성명의 메시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골자로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대중관계 프레임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으로 바뀌고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곧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처럼 미국과 동맹관계이면서도 중국을 최대교역국으로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념에 따른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현실에서 각 나라들은 경제위기 속 생존을 위해 서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실리를 추구하면서 고군분투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바라기 외교로 질주 중이다.

국격에 맞는 자율적 외교전략 세울 때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이념정치(identity politics) 및 파벌정치(partisan politics)를 끝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한 추종과 의존을 멈추고 우리의 국격에 맞는 자율적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 포용적 자유정신으로 탈이념, 진영 간 협력과 공감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에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