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소득층에 더 고통스런 여름철 체감물가
최근 낮 기온이 30℃를 넘어서며 여름이 벌써 시작된 것 같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여름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장마가 시작되는 6월부터 9월까지 강수량의 비중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특성을 보인다.
장마·집중호우에 농산물 물가 '들썩'
여름철 장마와 집중호우가 시작되면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들썩이기 쉽다. 이처럼 1년 주기로 계절적 특성으로 발생하는 변동요인은 공식 통계에서 전년 같은 달과 올해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제거한다. 일반적으로 경제통계를 발표할 때는 이러한 계절조정을 거친 자료를 사용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공식통계로는 담지 못하는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예를 들어 주부들이 시장에 가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물가는 지난번에 샀던 배추 무 애호박 등 농산물가격이 이번에 얼마나 올랐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공식물가는 특정 상품의 현재 시점 가격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나타낸다.
작년 6월에 샀던 배추 가격을 기억하고 올해 가격과 비교해 물가상승을 체감하는 소비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번달 물가지수 수준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이전 달과 비교해 상승률을 계산해 보면 국내 가계의 물가 부담은 여름에 진입하며 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여름에 가계가 실제 체감하는 물가가 더 높다는 뜻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의 높은 변동성과 관련이 깊다. 체감물가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정의된 표현은 아니지만 실제 가계의 삶에는 많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년의 같은 달과 비교해 상승률을 계산하는 공식물가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물가의 계절적 요인이며 이것 역시 관심있게 관찰해야 한다.
선제적인 물가안정 '민생대책의 핵심'
여름철에 커지는 가계의 물가부담은 특히 저소득 삶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각자가 느끼는 물가부담이라는 것은 자신이 자주 소비하는 품목 가격이 변할 때 생긴다. 소득구간별로 구분해 가계의 품목별 소비 비중을 구해보면 저소득층은 식료품에 많은 부분을 소비하며 우리는 이것을 저소득층의 엥겔지수가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전체 소비지출 중 식료품에 12.5% 소비하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식료품에 21.4%를 지출한다. 결국 저소득층은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를 때 물가부담이 커지는 데 통상적으로 여름철은 농산물을 중심으로 가격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이들의 체감물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여름철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크게 전이되며 이것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낮추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따라서 여름철에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채소류 등 농산물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물가안정이 요구되며 이것은 중요한 민생대책 중 하나다.
여름 강수량에 민감한 농산물은 수확량 변동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식료품 등 가계 생필품에 대한 유통구조 효율화, 농산물 적정 공급량의 사전 확보 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