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신서비스 아껴쓰기 캠페인은 가능할까
올해 들어 2번에 걸쳐 전기요금이 올랐다. 막대한 한전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한창 더워지는 시기에 전기요금을 올리면 서민들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시점에는 전기 아껴쓰기, 전기 절약 캠페인이 있었다. 공공기관, 공무원의 경우 사무실 온도를 28℃ 이상으로 유지한다거나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를 뽑는다거나 개인난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퇴근시 전원을 차단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전기를 아끼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기절약'은 있어도 '통신절약'은 없어
이를 통신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늘 궁금했다. 왜 통신서비스는 아껴쓰기, 통신절약을 안하는가? 비싸면 아껴쓰고 절약하는 게 당연한데 통신서비스에 대해서는 예외다. 누구나 통신서비스를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위급한 상황에서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통신서비스도 아껴쓰는 방법이 있는데 왜 안하는 걸까. 이동통신을 아껴 써야 한다고 생각한 시절이 언제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통신절약에 대한 캠페인은 없었지만, 2G, 3G를 쓰던 시절이 그러했고 종량제요금제가 다수를 차지하던 시절이 그러했다. 이동전화는 짧게 용건만 간단히 사용하라고 했고 긴 통화의 경우 유선전화를 주로 이용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쓰는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음성통화와 문자전송(SMS)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요금부담은 느끼지 않지만, 데이터는 사용량을 봐가면서 사용한다. 월 초에는 신경 안쓰다가 20일이 넘어가는 시점에는 남은 데이터량을 살펴보고 월말까지 모자라겠다 싶으면 무료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를 찾아본다.
그런데 요금제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근처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를 찾아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국에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깔아 놓은 와이파이가 10만대가 넘는다. 요금이 아까우면 데이터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나름의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으면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정부의 통신비 압박 바람직하지 않아
이번 정부도 어김없이 통신사업자에 요금을 낮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요금이 낮아지면 좋긴 하겠지만 정부 입김에 의해 요금제가 낮아지는 것이 통신산업 발전과 공공의 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요금이 낮아지면 필연적으로 통신의 과소비를 유발한다. 낮아지는 요금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요금부담이 줄어든 만큼 데이터를 추가로 사용하게 된다. 결국 사용하지 않아도 될 데이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기 과소비는 정부차원에서 막으면서 통신 과소비는 정부가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비싸니 통신요금을 낮춰야 된다고 사업자를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전기절약 캠페인을 하듯이 통신서비스도 아껴 써서 요금부담을 스스로 낮추는 자구 노력을 하자고 인식을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먼저 노력했는데도 효과가 없으면 그때 상대방이 바꾸도록 주장해야 명분도 산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통신 절약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