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증금 반환 보증으로 전세사기 해법 찾자
최근 전세사기 문제로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조선시대 가사전당(家舍典當)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전세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동안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과 같은 사건들은 자주 있었지만 최근과 같은 전형적인 대형 사기사건으로 비화된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 같은 전세사기가 크게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3가지이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맡기면서도 만기시 반환을 잘 해줄 것이라는 집주인에 대한 막연한 믿음(?), 지속적인 집값상승으로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낮을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 전세권 설정이나 확정일자 같은 행정 절차를 밟았기에 내 보증금은 안전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이 그것이다.
그동안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주택사용료 명목으로 일시불 형태의 몫돈을 받으면서도 보증금 반환에 대해서는 말로만 약속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론 선한 집주인들도 많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세입자로서는 불안한 거래구조다. 전형적인 불공정 계약 관행이었고, 결국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을 초래한 것이다.
막연한 믿음에 근거한 불공정 계약 문제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세입자들이 집주인에 대한 각종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입주 전에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보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하지만 집주인의 개인정보들을 세입자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설사 공개된다 하더라도 세입자가 집주인의 정보를 통해 보증금 반환능력을 판단하는 것 역시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지원이나 해결방법을 마련 중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세세입자가 될 사람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이제 부터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증서 형태로 보장(guarantee)해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전세사기시 수익을 몰수하려는 법안이 발의되었다고 하지만 사전에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집주인이 전세보증보험(HUG)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 반환 보증서를 발급받고, 세입자는 마음 편히 입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인프라와 시스템을 정비하거나 구축해줘야 한다.
집주인의 경우 보증금 반환 보증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약간의 불편함과 비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절차의 간소화뿐 아니라 집주인에게 인센티브(세금감면 등)를 주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전세계약 형태가 정착된다면, 또한 이것이 전세계약의 에티켓(etiquette)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전세금 반환 보증 시스템 도입돼야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의 반환보증서 발급이 시행되면 정부로서는 과도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후 전세보증금으로 버텨 보려는 한계 대출자의 시장진입을 사전에 막고, 전세시장을 보다 안정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