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률의 기후행동

AI, 기후·에너지 위기를 돌파할 핵심도구

2023-06-14 12:00:27 게재
우종률 고려대 교수 에너지환경대학원

전세계가 챗GPT로 떠들썩하다. 진짜 전문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어려운 질문을 던져도 답변을 술술 내놓는다. 인공지능(AI)은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만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AI가 기후·에너지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현재 정부와 기업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도출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는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만큼 미래 에너지 문제는 정부 산업 개인 국제사회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다 보니 각자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고 이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도 없어 정치적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그래서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확한 비용산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에 기상·기후, 자연환경, 경제·산업, 과학기술, 도시계획, 에너지 소비행태 등 모든 유관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게 한다면 통합적 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제약과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사이의 최적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 도시 및 건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시스템 등을 최적으로 설계해주는 미래도 상상해볼 수 있다.

기후·에너지행동 대중화 기대

AI는 탄소중립 시스템 설계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활용될 수 있다.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임의로 조절하기 어려워 수급불균형 문제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전력시스템에 수용하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자원들을 수급상황에 맞게 실시간 자동제어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을 최적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AI를 통해 인력 시간 비용 등의 리소스를 최소화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정교한 탄소중립 토탈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과정을 리소스가 부족한 지자체 중소기업 등 누구나 시도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와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기후·에너지행동의 대중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에너지위기 해결을 위한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관련 유망 스타트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스타트업 '모타 아이오(Mortar IO)'는 AI를 사용해 건물 및 도시의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감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해 건물 및 도시 관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건물의 넷제로를 사업화한 것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원 컨선(One Concern)'은 AI를 이용해 지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 시뮬레이터를 제공한다.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일본과 미국의 몇몇 도시와 기업은 이미 자연재해 경고, 대응매뉴얼 작성, 관련 비용 집행 등의 의사결정에 이러한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허스크 파워 시스템(Husk Power Systems)'은 전력망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인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AI를 접목한 자동화된 소규모 재생에너지 분산전력 시스템을 운영하며 개도국의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은 자금조달 어려움 겪어

기후·에너지 기술 관련 시장은 2030년까지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에 흘러 들어간 투자금액은 2020년 30조원에서 2021년 60조원으로 무려 2배 상승했으며, 전체 투자액의 약 1/4은 AI 기반 기술 분야이다.

하지만 적극적 투자 지원에 힘입어 앞서가고 있는 미국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잘 키운 기후·에너지 AI 스타트업은 기후·에너지 위기 대응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효자가 될 것이다. 투자 지원 및 산학연 협력기회 마련 등 관련 산업 생태계 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종률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