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계상황의 대학, 정부의 과감한 투자 전략 필요하다

2023-06-15 11:20:50 게재
이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미래전략팀장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구조는 사학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마치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가 교육주체인 대학과 수요자인 개인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짐으로 편중되고 가중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15년간 지속된 정부의 대학등록금 동결·인하 정책과 2022년까지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입학금 폐지다. 15년 간의 물가인상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학등록금 동결 상황에서 국가장학금을 통해 학생들 개개인의 등록금과 입학금 부담만을 완화시켜주고 있다.

사학이 80% 차지하는 고등교육 구조

고등교육정책을 통한 대학등록금 동결 유도가 이루어지기 전인 2008년 기준 2023년 올해 연 평균 등록금 수준은 국공립대가 1.4%(약 5만8000원), 사립대학이 1.5%(약 11만원)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상은 올해부터 입학금 전면 폐지에 따라 입학금 실비용분을 수업료로 등록금에 반영토록 한 결과로, 실제 등록금 수준은 최근 보도된 17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동결 또는 인하되었다. 문제는 2008년 이후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는 28.7%p 차이로 상승했는데,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 수준은 2008년 대비 국·공립대학은 25% 인하, 사립대학은 24.9% 인하됐다.

우리나라는 대학재정의 재원이 다양하지 못하고 해당연도 운영수익의 등록금 수입 의존률이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학의 등록금 수입 감소분을 정부재원으로 채워주지도 않는다.

사립대학교 등록금 및 수강료 수입이 2011회계연도 대비 2021회계연도에 8547억원 가량 감소했으나,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질국고보조금은 6768억원 증가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해당연도 운영수익에서 인건비와 관리운영비와 같은 고정성 경비 지출규모를 볼 때, 2011회계연도에는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수가 158개 사립대학교 중 62개교(39.2%)였으나, 2021회계연도 기준으로는 156개 사립대학교 중 138개교(88.5%)로 증가했다.

고정성 경비지출 증가는 대학이 학생 교육과 연구를 위해 투자해야 할 필수경비의 감소를 의미하고, 대학이 변화와 혁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가용경비에 대한 여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교육 질적 저하 막을 대책 내놔야

교육부 소관 고등교육예산의 2018년부터 2022년도까지 연평균 증가규모는 약 37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2022년 12월 31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으로 특별회계가 도입되면서, 올해 교육부 소관 고등교육예산에 교육세 전입액 1조5200억원이 포함돼 이전보다는 큰 규모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3년도 타부처 포함 전체 정부의 고등교육예산 규모는 15조원 가량으로 GDP 대비 0.69%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예산에 대한 논의에서 기준이 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규모인 GDP 대비 1%(21조8500억)에는 한참 모자란다.

대학교육을 통한 인재육성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곧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의 사회적 책무 분담이라는 국가의 역할을 고려할 때,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차원의 재원 확보와 재정 투자 확대는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