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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가로 전환한 아리안의 독일

2023-06-19 11:45:26 게재
김택환 경기대 교수, 언론인

"독일은 이민국가인가?" 최근 독일 사회를 달구는 화두다. 이미 독일 국민들 중 1/4이 이민자 출신이다. 또한 현재 인구 18%가 독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할아버지 역시 폴란드 출신이다. 2021년에 비해 인구가 110만명이 증가해 2022년 현재 독일 전체 인구가 8430만명에 이른다. 2015년 메르켈 총리가 시리아 난민을 120만명 받아들였고, 푸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 우크라이나 등 난민·이주민 130만명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약 250만명으로 현재 대구광역시 인구를 능가하는 수치다.

독일은 왜 이렇게 많은 이주민과 난민을 받아들일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국민 3/4이 이주민과 난민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야 지속성장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선 '독일의 미국화'를 말하기도 한다. 미국처럼 이주민국가로의 대전환을 말한다. 독일은 이중국적도 허용한다. 최근 독일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은 이민국가를 가속화하기 위해 이민법을 다시 개정하려는 준비를 끝마쳤다. 독일 국적 취득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것이 법의 골자다.

집권당에서 독일 미래 위해 이민국가 추진

더욱이 최근 독일 남부 보수적인 지역 오스텔스하임에서 2015년 시리아 난민 출신이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8년 전 독일로 이주한 리얀 알셰블은 인구 2500명의 소도시에서 시장에 당선됐다. 독일 제2공영방송 ZDF는 "그의 당선은 국제사회에 독일의 개방성과 관용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독일은 전문직 이민자를 선호한다. 특히 젊은 전문직 종사자로서 꿈이 있는 청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전 만해도 독일은 이민족에 배타적이었다"면서 "이제 다원성과 멀티문화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필자가 유학한 1980년대만 해도 독일 비자받기도 까다로웠고 국적 취득은 더욱 힘들었다.

독일의 현행 이민법은 직장을 갖고 8년을 살아야만 국적 취득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연방국가인 독일 16개 주(시)는 이를 3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연방주의 대표로 구성된 상원이 하원인 의회보다 유리한 권한을 갖고 있다. 물론 반대도 있다. 특히 반이민자 정서를 업고 구동독 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한 극우대안당(AfD)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도우파 기민당 역시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집권당인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은 독일의 미래를 위해 이민국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독일은 왜 아리안 단일국가에서 다민족의 이민국가로의 방향 선회가 이뤄졌을까? 독일사회가 지속발전 성장하기 위해서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저출산 문제도 극복하고 있다. 독일 출산율은 세계 최악인 우리의 2배가 넘은 1.58명이다.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니 인구가 늘고, 노동력도 증가하고, 생산력이 높아지면서 경제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원래 '평천하'(平天下)를 이룬 나라들 모두 이민국가다. 2000년 전 로마가, 200년 전 영국이, 그리고 현재 미국이 이민국가다. 로마는 로마족에서 움브리족 등 다양한 인종들을 받아들여 동맹을 맺고 연합정치를 통해 최강국으로 발전했다. 원래 영국을 상징하는 앵글로색슨은 앵글족과 색슨족(독일어로 작센족)의 합성어로 5세기 독일 북부지역에서 브리튼(영국)으로 이주해 켈트족 아일랜드족 등 다양한 종족과의 동맹을 맺었다. 현재 미국 역시 인종 용광로인 이민국가다.

중앙정부의 이민권 지방정부에 일임한다면

인구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민청 설립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경북의 이철우 지사는 동남아 국가를 순방하면서 한국으로 유학 및 이주를 권하고 있다. 최근 경북 봉화에 베트남마을이 조성되었다. 이는 미국·독일처럼 이민국가로 가는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이참에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이민권을 독일처럼 지방자치정부에 일임하고, 이민청을 경북 안동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북이 인구소멸의 현장으로 해법을 잘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이민청은 뉘른베르크(남부 도시)에 있다. 보수 사회가 칼라풀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진정한 대한민국 혁신으로 아름답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