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이 소나무 때문? 소나무는 억울하다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는 소나무로 나타났다. 나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소나무는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소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토의 63%에 이르는 630만ha의 산림 중 침엽수 숲의 면적은 37%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숲은 27%, 활엽수 숲은 32%다. 침엽수는 우리 숲의 뼈대이자 자연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수종이며, 특히 소나무는 침엽수의 68%를 차지하는 대표 수종이다.
식물지리적으로 가치 높은 소나무
소나무는 식물지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한반도는 소나무가 분포하는 핵심지역이며, 그 외에 중국 동북 지역, 러시아 연해주, 일본의 극히 일부 지역 등에서만 소나무가 자라기 때문이다. 근간 '침엽수의 자연사'에 따르면 한반도에 소나무가 자라기 시작한 것은 공룡들이 번성하던 중생대 백악기부터다. 소나무는 신생대 빙하기에도 살아남아 현존하는 나무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다.
이렇듯 친숙하기에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공원이나 마을 뒷산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가 모두 소나무는 아니다. 곰솔(해송)은 중부와 남부지방 해안에 주로 자라며 줄기가 검고 2개의 굵고 긴 바늘잎이 있다. 외국에서 도입된 리기다소나무와 백송은 잎이 3개다. 바늘잎이 5개인 잣나무는 우리 자생종으로 설악산 대청봉 눈잣나무와 울릉도 섬잣나무가 있다.
소나무는 산자락 능선 산꼭대기 등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도 잘 적응해 생존한다. 소나무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푸른 숲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정도로 식생의 천이과정에서 초기 개척종으로 우리 산을 푸르게 일군 주인공이다. 겨울에 잎을 떨군 활엽수는 연간 22g의 미세먼지만을 흡수하지만, 늘 푸른 소나무는 연간 44g을 흡수해 겨울에도 탁한 공기를 맑게 해준다.
현재 우리나라 소나무 면적 중 94%는 오래전부터 자라던 것이거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척박한 산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1973년부터 국토녹화를 위해 심은 소나무와 해송은 전체 소나무 면적의 6%에 불과하다.
또 근래 들어 소나무 숲의 면적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소나무숲은 전체 산림면적의 60%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전체 산림의 약 25%로 줄었다.
소나무는 오히려 산불의 피해자
봄마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산불 피해를 키운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그러나 산불의 피해를 따지기 전에 산불이 발생한 원인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겨울 적설량이 줄고 봄은 일찍 시작되었으며, 강한 바람이 기승을 부리면서 고온건조한 기상조건이 산불 피해를 키우고 있다.이런 기후조건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피해가 커지는 근본 원인은 산불을 일으킨 사람들이다. 소나무숲 면적은 줄고 있는데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은 솔숲의 문제라기보다 불을 일으킨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인간의 과오를 마치 소나무 등 나무와 숲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산불이 나지 않게 우리 모두가 조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소나무는 산불의 피해자이며, 우리가 산불을 일으키는 가해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