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노동

"서비스 수요 느는데 사서 처우는 열악"

2023-06-22 10:54:36 게재

'도서관에는 사서 노동자가 있다' 토론회 … 근무조건·임금체계 등 공통 가이드라인 필요

" 사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했습니다. 업무 안정성이 낮고 직무이동에 잦아 전문성은 무시되며 재단이 바뀌면 경력 인정도 안됩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밀집한 곳이라 성폭력 문제 발생 빈도가 높고 여성 친화적인 사업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5일 열린 '도서관에는 사서 노동자가 있다: 공공도서관 공공·민간위탁 및 학교도서관 사서 노동자 노동권 침해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일성이다.
15일 열린 '도서관에는 사서 노동자가 있다: 공공도서관 공공·민간위탁 및 학교도서관 사서 노동자 노동권 침해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사진 공공운수노조 제공


류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서울시 관악구와 양천구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노동자들을 만났다. 공공 지역 문화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와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업무가 가중되고 있으나 사서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류 의원,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주최로 열렸다.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 구조 제약" = 공공도서관 1200여곳에는 약 3만명의 사서들이 일하고 있다. 공공도서관들이 지역 허브로서 역할로 확장하면서 사서들의 업무도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공공도서관의 사서 업무들은 새롭게 변화했다. 비대면 프로그램과 행사 운영, 비대면 대출반납 서비스 등 시대의 요구에 따른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사서들의 처우는 열악한 상태다. 공공도서관 운영은 중앙정부에서 하지 않고 지역에서 한다. 이는 지방자치법에 따른다. 공공도서관 운영주체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 이원화돼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운영하지 않고 지자체와 교육청이 운영하는 상황은 비정규직 고용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지자체가 공공도서관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위탁을 하는 가운데 사서들이 시설관리공단이나 문화재단 학교법인 등에 고용돼 있어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서들의 경우 자격증 등 전문성을 보유한 직업군으로 해당 직종의 일자리와 연관된 고용 및 노동조건에 대한 이해를 대변하는 직능단체의 활동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사서 관련 노조가 서울에서 조직화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지금까지 사서직 처우 개선 등 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 구조의 제약은 도서관 예산에서 인건비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초래한 요인"이라면서 "사서는 위탁이라는 2차 노동시장에 고용돼 있고 고용의 질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서 노동자의 이중고 =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장 사서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희 관악구 공공도서관 사서(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관악문화재단분회 사무장)은 '공공도서관 사서 노동자는 이중고에 놓여 있다'는 제목의 현장발언을 했다. 그는 사서의 이중고에 대해 '사서이기 때문에' '위탁이기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사서로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많은 도서관에서 오프라인 자료 제공 서비스를 확대하며 대출권수 제한을 완화했는데 코로나로 인력은 줄어 자연히 사서의 노동강도 악화로 이어졌다"면서 "사서는 일상적으로 감정노동에 시달리지만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업병을 예방하거나 감정노동에 지친 사서를 보호하는 제도나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서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지만 임금은 낮고 그 체계도 불합리하다"면서 "기본급이 최저임금이나 서울시 생활임금을 넘지 않아 보전수당을 받거나 시간외근무 연장수당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속한 관악구 노원구 양천구 중구 등 4개 문화재단분회는 각 자치구의 공공도서관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면서 "매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하는 지방출자출연기관계산편성지침을 준수해야 하는데 총인건비를 기준으로 하는 정책인상률은 매년 2~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탁기관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거나 그동안 근무했던 경력이 인정되지 않고 신규로 입사하게 되는 문제 등이 발생한다"면서 "도서관 업무와 무관하다고 판단되는, 자치구에서 요구하는 문화사업까지 도서관이 떠맡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사서 권익 향상 법률 입법 추진 필요" =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서의 노동권 보장과 권익 향상을 위해 필요한 주요 정책방향이 논의됐다.

운영주체, 고용형태별로 임금과 근무조건이 다르고 자치구별로도 편차가 큰 상황이어서 서울 공공도서관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민간위탁 운영방식 개선, 적정인력 기준 마련, 노동권익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과 조례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을 맡은 김일웅 정의당 서울시당 강북구 지역위원장은 "도서관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서울시 공공도서관 민간위탁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금체계 및 수준과 직무 직급 근무조건 등에 대한 공통의 표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 운영시간과 인력기준 등에 대해서도 서울시 전체 차원에서 공동의 기준이 필요하며 다양한 서비스가 날로 확대되는 도서관의 상황을 고려해 이에 맞는 인력 확보와 운영, 처우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사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및 조례가 없는데 유사한 직업군인 사회복지사 사례를 참고해 사서 관련 입법과 조례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